오히려 갈등이 없으면 사회는 퇴보하거나 획일화될 수도 있다.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관리능력’에 있으며, 갈등이 적정수준을 넘어서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는데도 이를 관리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사회에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지역, 남북, 이념, 세대, 계층, 빈부, 노사, 종교, 다문화 등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고, 이러한 갈등이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 기미를 보이기는 커녕 점점 심화되고 있다.
언젠가는 이뤄질 통일로 인해 더 큰 갈등이 예상되어 미래를 불확실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갈등지수가 높고, 국내총생산(GDP)의 27%인 약 300조원을 사회갈등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고 발표된 바 있다.
이 금액이라면 만 0~4세 보육료를 60년 동안 사용할 수 있고, 전국 4년제 국립대 무상교육을 80년 동안 실시할 수 있으며, 고교 무상교육을 150년 동안 가능하게 한다.
국가경쟁력 강화나 국민 복지를 위해 써져야 할 예산이 내부의 사회갈등으로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회갈등지수가 10% 하락하면 1인당 GDP가 7.1% 증가하는 효과가 있고, 사회갈등비용의 낭비만 줄이더라도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의 시대가 빨리 다가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갈등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과 함께 우리 아이들에게 ‘갈등관리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해 본다.
첫째,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혈액순환이 되지 않으면 몸이 아픈 것처럼, 어느 사회나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기게 된다. 학교구성원 간에도 소통이 원활치 못하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갈등을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생, 학생과 학부모,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 학교와 지역사회 등 교육공동체 간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토론문화를 꽃 피워야 한다. 이를 위해 토론중심수업, 학급자치회, 학교자치법정 등을 활성화하여 내 의견이 소중한 만큼 상대의 의견도 존중하는 태도를 길러주어야 한다. 반대의견도 듣고 서로 의견을 나누며 타협하는 성숙된 토론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셋째, 신뢰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빠르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저(底)신뢰 사회로서의 특징을 안고 있으며, 이를 고(高)신뢰 사회로 바꾸어야 한다. 서로를 믿고 양보하며 타협을 존중하는 선진화된 민주시민의식을 기초로 어울림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가치와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갈등은 일상적인 일처럼 늘 존재할 수밖에 없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가 세계경제 11위국, 수출 7대국으로 신속하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정치나 제도나 교육이나 관습이 하나 되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결국 오늘날 겪고 있는 갈등은 이러한 압축 성장에서 거치지 못했던 과정을 겪어나가는 과정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갈등해결이 더 쉬울 수도 있다.
헤겔은 갈등도 변증법적으로 해석해 “기존의 틀과 제도에 저항하는 세력이 나오면 이 두 세력의 충돌이 다시 하나로 뭉쳐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게 되므로 갈등은 미래를 향한 몸부림”이라고 했다.
우리는 갈등에서 상처만 입을 것이 아니라 순기능도 찾아야 하며, 한쪽이 이기면 다른 쪽은 패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서로 극복해서 제3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 소통과 토론으로 신뢰문화를 구축하는 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갈등관리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정 종 민 성남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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