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 특집_사설] 장하다! 경기도민ㆍ수원시민 - 10구단 유치 쾌거에 붙임

프로야구 10구단이 수원으로 왔다. KBO가 11일 이사회를 열고 수원을 연고로 하는 KT가 10구단 선정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각 구단 대표자들로 구성된 총회의 인준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사회가 각 구단의 의사를 대리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10구단 선정이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시민운동 1년여, 프로야구 염원 십수 년 만에 이뤄진 쾌거다.

우선 주목할 게 10구단이 우리 지역에 가져 다 줄 경제효과다. 관중 700만 시대가 되면서 프로야구는 야구 자체를 넘어 지역 사회 경제를 활성화하는 생산유발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한양대 스포츠산업 마케팅 센터가 2011년 ’한국 4대 스포츠 리그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조사했다.

연매출 수천억짜리 기업유치 효과 낼 것

‘경기도는 수도권이 아니라 경기도다’입증

여기서 2010년 프로야구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1조1천838억원으로 나왔다. 롯데 자이언츠가 부산 지역 경제에 미친 효과는 2천313억원으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컸다. 다음으로 서울 LG 트윈스 1천716억원, 서울 두산 베어스 1천694억원, 인천 SK와이번스 1천547억원이었다.

한 지역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늠하는 대표적 생산 유발 군은 국ㆍ공 기관으로 대표되는 관(官)과 직접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기업(企業)이다. 수원시의 연 예산은 1조원을 넘는다. 매출 1조원 짜리 기업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기업 가운데는 세계적 기업인 삼성과 SK가 있다. 이 두 기업에서 파급되는 지역 경제효과가 상당하다. 그러나 이 두 기업을 제외하곤 매출 규모 1천억원 이상의 기업이 많지 않다. KT 구단의 수원유치는 이런 점에서 튼실한 중견 기업 하나가 통째로 지역에 이주해온 효과를 갖는다. 10구단 유치가 곧 매출 1천억원 이상의 기업 유치인 것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또 다른 의미는 수원시민과 경기도민이 얻게 된 자신감이다. 10구단 유치전 내내 수원은 전북의 이른바 지역균형논리에 고전했다. 수도권에 이미 4개 팀이 있으니 10구단은 지방으로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여기서 지목하는 수도권 4팀은 서울 3팀과 인천 1팀이다. 인구 1천200만의 경기도와는 무관한 팀들이다. 결국 경기도를 수도권의 일부로 보고 수도권이 받아야 할 불이익을 경기도에 감내시키는 지긋지긋한 국가균형발전 논리다.

이미 그 논리에 허덕이며 회복되기 어려운 피해를 받아온 것이 수원시민과 경기도민이다. 경기도에서 50여 개의 공공기관이 전국 지방으로 이전해 갔거나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수원에서 빠져나간 공기업도 10여 곳이다. 이 중에 농촌진흥청과 산하 기관, 공무원 연수원 등은 전북으로 옮겨갔다. 그런데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전의 상대가 하필 그 전북이었다. 또다시 국가균형발전 논리를 들고 나오는 전북에 대해 경기도민과 수원시민이 받은 박탈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삭발하고 칼바람 맞선 경기도민의 승리

김 지사ㆍ염시장, KT, 도민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결코, 주눅 들지 않았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팔을 걷어붙였고, 김문수 경기지사가 최대의 조력자가 됐다. KT는 막강한 재력과 거대한 청사진을 앞세워 부영 그룹을 공략해 나갔다. 무엇보다 눈물겨웠던 것은 1천200만 경기도민과 120만 수원시민의 참여다. KBO가 10구단 지정을 유보한다는 소식에 삭발로 맞섰고, 수원유치의 필연성을 설명하기 위해 인터넷을 누볐고, 유치 기원 서명을 위해 추운 칼바람 속을 뛰었다. 수원시민 안양시민 의정부시민 안성시민의 구분이 없었다. 정체성 없다는 경기도가 언제 이렇듯 하나가 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좋은 일이다. 잘했다. 수원시민 120만이 이겼고 경기도민 1천200만이 이겼다. 연간 수천억원의 경제효과를 유치한 쾌거고 수도권의 일부가 아닌 당당한 경기도를 입증한 사건이다. 이제 수원시민과 경기도민에게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더 이상 수도권의 일부 경기도로 남지 않겠다는 자존감이 폭발할 것이다. 프로야구 10구단 유치가 야구 동호인이 아니라 경기도민 전체의 축제여야 하는 당당한 이유다. 김문수 도지사, 염태영 수원시장, 1천200만 경기도민. 모두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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