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통’도 방법이 중요하다

얼마 전 종영된 휴일 오락 프로그램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단어 연상 스피드 퀴즈가 있었다.

할아버지가 단어를 설명하고 할머니가 답을 맞추는 게임이다. 할아버지가 ‘남편’이란 단어를 놓고 ‘당신이 나를 뭐라고 불러?’ 하니 할머니의 즉각적인 대답은 ‘웬~수’라고 힘껏 외치는 바람에 출연자는 물론 진행자와 청취자들까지 폭소를 자아낸 적이 있다.

이 할머니는 농사를 짖는 할아버지를 만나 젊어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속으로는 예뻐했어’라고 말씀하신다. Bateson(2000)은 소통을 위한 언어는 2가지 차원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하나는 Message 차원(report talk)이고 다른 하나는 관계형성 차원(rapport talk)이다.

원만한 소통이 이루어지려면 얘기의 씨와 그 얘기를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가 한데 어울러 질 때 비로소 대화의 맥락이 구성된다는 연구이다. 이들의 대화방법은 Mehrabian의 연구결과(55%: 비언적 소통)보다 훨씬 많은 비언어적인 행위로 소통하였음이 짐작된다.

그럼에도 본인들이 선택한 가장 가까운 사이가 삶에 경륜을 더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 주고 갈등의 골이 깊어진 대명사인 ‘웬~수’를 만들어 낸 것이다. 개인적 갈등해결이 원만할 때 사회적 갈등의 최소화와 성숙한 대처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의사소통의 부실은 갈등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엄청난 비용의 지불과 상채기를 남긴다.

갈등(葛藤)의 한자어 의미인 ‘칡과 등나무’에서 알 수 있듯이 갈등은 복잡하게 얽혀서 좀처럼 풀기 어려운 문제이다. 즉 두 당사자들 가운데 어느 한쪽이 상대방에 의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인식되는 과정(Wall & Callister, 1995)에서 발생되므로 목적불일치에 따른 자아 또는 사회에서 실행주제에 상시 동반되는 과제이다. 그러므로 갈등이 없는 자아, 가정, 지역, 나라는 없다.

소통에서의 방법 또한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방법 외에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Goleman: 1995)이 소통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자기이해지능(자기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고 자기동기화 하는 능력)과 대인지능(타인의 감정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인간관계에 비중을 집단주의 체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농업을 기반으로 한 구성원들의 협동가치체계 문화와 비언어적 직관적 표현 습관으로 드러나지 않는 의사소통이 발달하게 되었다(송경재, 2011)고 보는 것이다. 우리의 의사소통 특징은 ‘각론’에 대한 설명 없이 뭉뚱그려 표현한다.

상대는 이를 이해 없이 받아들이고, 문장이 길고, 간접화법으로 구사한다(김장이, 2001). 이러한 의사소통은 한국문화를 구성해온 불교, 도교, 유교 등의 종교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Global시대에 한국적 문화의 의사소통은 또 다른 변환기를 맞는다. 가장 한국적을 바탕에 두고, 개인적이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제도적 장치를 근거로 하는 서구적 소통방식의 공존을 요구하고 있음이다. 이러한 성숙한 의사소통방식이 가정, 직장, 지역, 국가에서 실현되어 갈등지수 낮은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이 재 실 사회통합위원회 경기지역협의회 위원•볼보교육센터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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