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터널(Tunnel)프로그램과 삶의 목표

청소년 힐링캠프에서 ‘터널(Tunnel)’이라는 인상적인 프로그램을 경험하였다.

청소년에게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자신감을 고취시키기 위한 이 프로그램은 우선 무대 위에 학생들이 다치지 않도록 12m 정도의 푹신한 스티로폼 재질의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길이 11m, 폭 1m 정도의 검정 천으로 만든 터널을 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학생들은 모두 터널의 가장자리를 깔고 마주 앉아 ‘탄생의 비밀’이라는 영상 자료를 보게 된다. 이어서 한 명씩 터널의 끝에 서면 강사는 본인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학생들이 추상적인 삶의 목표를 이야기하면 강사는 집요하게 왜 행복하고 싶은지, 나의 행복을 가로막고 장애물을 극복하고자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학생 삶의 목표가 확실해질 수 있도록 돕는다.

때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를 꺼리는 학생에게는 터널 통과를 포기하게 한다. 계속되는 질문을 통해 목표가 분명해지면 터널 통과를 지시한다. 터널을 통과하려면 몸을 완전히 바닥에 밀착시키고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천 속으로 기어들어가야 한다. 비좁은 터널 속을 기어서 반대편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옆에 앉은 친구들은 친구를 격려하거나 몸을 토닥일 수 있다.

때때로 강사는 학생의 진행방향을 가로막고 자신이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지 인지할 수 있도록 명령한다. 학생들은 그 속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치면서 발악하기도 한다.

장난기로 시작한 학생들도 터널 안에 들어가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보이지는 않지만 격려해주는 친구들의 소리와 손길을 느끼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되고, 어떤 난관이 오더라도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해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이윽고 터널의 끝에 도달하면 밝은 빛이 보이고 강사가 학생을 안아준다. 모두가 박수를 치는 가운데 학생은 자신이 해냈다는 성취감에 눈물을 흘린다.

청소년 힐링캠프에 입소한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 폭력 가해 학생들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대단히 거칠고, 불안하며 인간에 대한 신뢰감이 결여되어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의 일상화된 심한 욕설과 폭력적인 행동은 왕따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을 갖는 것이고, 자신감은 구체적인 삶의 목표를 전제한다. 목표가 뚜렷해지면 불안감이 사라지고 친구 입장을 배려하는 여유가 생긴다. 터널 프로그램 한번으로 인생의 목표가 정립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목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준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이 기 복 광주시연극협회장 청석 에듀씨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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