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미술관의 서비스

전시는 미술관의 성격과 위상을 평가할 수 있는 기본 상품이다. 공급시대의 미술관은 좋은 전시만으로도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때로는 전시 내용이 좋지 않아도 전시 제목만으로도 장사진을 이루는 경우도 있었다.

관람객은 전시의 질과 내용을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여행 자유화 이후로 미술관 관람객은 풍부한 해외 미술관 체험과 미술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 미술관 전시의 내용에 대해 평가하기 시작하였다. 소비자로서의 요구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공급시대의 미술관 서비스도 토털 서비스가 제공해야 하는 소비시대로 변하였다. 서비스는 제공하는 자가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들의 필요성(need)과 요구(want)를 잘 이해할 때에 효율적으로 제공될 수 있다.

미술관이 사회적 공공서비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하여도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제공할 수 없다면 미술관 서비스는 일방성을 피하기 어렵다.

소비시대의 공공서비스는 일방적 제공에서 소비자를 섬기는 양방향의 상호작용이다. 유ㆍ무형 서비스가 공존하는 미술관의 서비스는 주차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전시를 관람하고 나갈 때까지의 전 과정이 경험이고 체험이며 기념이다. 이러한 체험과 기념은 오래오래 머릿속에 남는 것이므로 긍정성의 기억을 제공하는 것이 토털 서비스다.

미술관장, 학예실장, 큐레이터, 교육, 홍보 마케팅, 시설관리, 도슨트 등 미술관 사람들은 직위와 분야에 상관없이 전문지식과 낮은 자세가 필수이다.

전시와 같은 핵심 상품뿐 아니라 미술관의 색, 인쇄물, 편익시설, 부대사업 등의 잠재상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미적 기준이 적용되고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 미술관은 가치와 경이로운 체험, 창의를 키우는 산 교육장이자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양평군립미술관을 통해 보면 미술을 생활화하는 보다 적극적인 미술관 사람들이 등장하였다. 참여하는 관람객이다. 작품을 관람하고 돌아가는 수동적인 관람객의 수준을 넘어 관람 소감과 의사를 블로그 등에 직접 표현하는 프로슈머형 관람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제3의 미술관 사람들은 미술관 여론을 주도하고 미술관의 성과를 평가하는 또 하나의 미술관 사람들이다. 신 미술관 서비스는 미술관 사람들, 작가, 관람객의 삼자 간 상호 작용이다.

 

이 철 순 양평군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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