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입춘

새봄이 들어선다

그 봄이 다시 온다

대문을 열자

겹문을 열자

해마다 해마다

키 작은 냉이도 민들레도

다시 피는데

왜? 영장인 사람이

회춘을 恨하는가

마음속 어둡고 젖은 내 자리를 비워

환한 봄볕에 이 자리를 말리자

천지에 공평한 봄이

왜 나만 피하겠는가

외려 봄의 자리에

내가 들어앉아

봄만 나무란다

영원한 봄에 내 자리를 내주자

 

이춘우(본명 이만길)

1929년 전남 영암 출생

시집 <다시 부른 목가> (1989)

지리산 중군리에 ‘보덕선원’ 건립

(1989~2009), 수도 생활

저서 <관음심경비해> (1990)

<불경의 거울> (2003)

시집 <霜降 이후> (2012)

한국문인협회ㆍ한국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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