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가족이란

설 연휴가 끝이 났다. 명절이면 흩어져 있던 가족, 친척이 한데 모인다. 반갑고 푸근하고 즐겁다. 그런데 이런 만남에서 “왜 결혼을 안 하느냐”, “왜 자식이 없냐”, “아직도 취직 못했냐?” 등 적이고 민감한 질문이 오가기도 한다.

즐거워야 할 만남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불편해진다. 그래서 이혼했거나 특수한 상황에 처한 경우 명절이 두렵다는 지인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명절이면 유독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결혼, 혈연, 입양으로 맺어진 유대감 깊은 집단이라고 정의해보자. 과연 이것이 현대의 가족의 의미를 잘 담아냈을까. 우리들 대부분이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태어나서 성장하고 생활하므로 가족은 가장 원초적이고 친밀한 집단임이 틀림없지만 막상 가족을 정의해보라면 그리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는 결혼적령기가 없을 정도로 결혼시기가 다양해졌고, 자녀를 낳는 것 또한 ‘당연’하지 않다. 이혼ㆍ재혼의 증가는 이미 오래되었고, 조부모와 손자녀가 함께 사는 조손가족도 흔히 볼 수 있으며, 산업화와 함께 감소했던 확대가족 형태도 맞벌이 부부의 자녀양육을 도우며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드라마 소재로 등장할 만큼 생소하지 않은 동성커플의 경우, 서구에서는 정식결혼을 하고 자녀를 입양한 사례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더욱이 1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과 사는 경우도 많은데, 필자의 외국친구는 오래 키워온 반려견이 혈연을 나눈 가족보다 더 친밀하다고 했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가족이 존재한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가족(the family)을 가족들(families)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대에는 핵가족 외에 다양한 가족형태들이 존재하며, 개인의 선택이나 부모의 이혼으로 가족의 형태가 바뀔 수 있으므로 기존의 ‘가족’은 현대의 가족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늘날의 ‘가족’은 기존의 ‘가족’과 다르다는 것이다. 가족은 다양하다. 이혼이나 사별로 한 부모가 된 가족도 있고, 자녀가 없는 부부도 있으며, 독신가구 혹은 재혼해서 새 가족을 이룬 가족도 우리 사회 가족의 한 모습이다.

이제는 이러한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특별하다 여기지 않으며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한마디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 속담이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무심코 한 말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피하고 싶은 명절이 아니라 함께 모여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격려하는 명절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 영 혜 道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