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남 배려하는 말로 새해 시작을

우린 오늘 어떤 말을 하며 하루를 보냈을까요? 매일 매일 아무 생각없이 쏟아내는 말로 인해 상대방을 혹여 다치게 하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요?

우리는 오늘도 숱한 말을 쏟아내고 들으면서 자의든 타의든 말속에 묻혀서 살고 있습니다. 보통사람은 최소한 자기 생의 13년 정도를 말하는데 보낸다고 합니다.

정상적으로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하는 날의 경우, 한 사람이 하루에 평균 약 2만5천개에서 3만개의 단어를 말하는데, 이것은 70페이지 분량의 책 한 권이 되는 것입니다. 1년에 보통 사람이 한 말을 책으로 만들면 150페이지 책 180권을 채울 수 있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 방송사에서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에 엄청난 위력이 있음을 보여준 실험다큐를 본 기억이 납니다. 막 지은 쌀밥이 담긴 병에 각각 “고맙습니다” 와 “짜증나” 즉, 좋은 말과 나쁜 말을 써서 한달 동안 사람들로 하여금 각각 듣기 좋은 말과 듣기 싫은 말을 해주도록 하였답니다.

한달 후 각각의 병은 놀라운 차이를 보였는데, 좋은 말을 해준 “고맙습니다” 병의 쌀밥에는 하얗고 뽀얀 곰팡이가 생겨 비교적 예쁜 상태를 유지하며 고소한 누룩 냄새가 났지만, 나쁜말을 해준 “짜증나” 병에 있는 하얀 쌀밥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까맣게 썩어버렸습니다.

이는 ‘말에는 엄청난 힘이 실려 있다’ 것을 나타내는 무시무시한 실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옛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 는 말이 있습니다. 쌀밥을 가지고 한 좋은 말 나쁜 말 실험에서 보여주듯이 내입에서 나가는 말은 인생의 씨앗이 된다는 것이겠지요.

말이 씨가 되어 좋은 결실, 혹은 나쁜 결실이 되어 나에게 돌아옵니다. 옛 어른들은 항상 우리에게 입을 조심하고 남을 비판하는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남을 향하는 비판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되돌아 오는 부메랑 효과를 아셨던 것이지요.

지난 민족의 대명절 설에는 친인척들과 많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즐거워야할 명절에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니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별 생각 없이 툭툭 던진 친인척들의 말들이 비수가 되어 아픈 상처로 남는 것이지요.

더 안타까운 것은 많은 경우에 상대가 본인의 말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아니면 알아도 ‘뭐 그럴 수도 있지, 식구들끼리 무슨 상처냐? 다 너 잘되라고, 다 너 걱정되어서 하는 말인데’ 하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는 것이지요. 당사자는 많이 아픈데도 말이지요.

자기 딴에는 참 좋은 말이라고 진심으로 그 사람을 위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그 말로 인하여 그 사람이 좋게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그 한마디 말로 인해 상처가 되어 평생 마음의 장애를 지니고 살기도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자기 입을 통해서 나쁜 말을 하기보다는 좋은 말을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고 자기 자신의 인격을 나타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참을성이 있는 사람이라도 또한 지적인 사람이라도 때로 말이 거칠어지고 그 말로 인하여 사람에게 막대한 해를 끼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처럼 말에는 분명히 엄청난 위력이 있습니다.

다언수궁(多言數窮)이라고 말이 많다 보면 그로 인해 자주 곤경에 빠지게 됩니다. 말이란 자신의 인생이나 남의 인생에 득이 되기도 하고 실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배설하는 말이 아닌 배려하는 말로 새해를 시작하리라 한번 더 다짐해 봅니다.

공 경 호 오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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