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故박삼길씨 아들 파주 박구원씨의 ‘되찾은 명예’

“독립 위해 바친 아버지의 젊은 피… 인정받아 기뻐”

“일제 침략기에 강제로 끌려가 발가락이 절단되는 장애를 입었음에도 불구, 애국 운동을 이어 온 아버지의 명예를 이제라도 회복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일제침탈기 치하,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을 벌이다 발각돼 일본 홋카이도(북해도·北海道)로 끌려가 탄광에서 모진 고난을 겪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한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이야기가 3·1절을 앞두고 우리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주고 있어 화제다.

파주시 조리읍에 거주하는 박구원씨(61)의 아버지인 고(故) 박삼길씨는 3·1운동이 한창인 지난 26년 당시 15세에 어린 나이에 3·1운동 청년단에 입단,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죽음을 무릅쓰고 독립운동의 끈을 이어가야 한다는 정신으로 무기운송선의 일정을 미(美)국에 제공, 일본으로 떠나는 운송선을 미국잠수함이 공격 침몰시키는데 결정적인 공로를 세우는 등 독립을 위해 젊은 피를 바쳤다.

그러나 곧 일본경찰에 발각, 1942년 북해도로 강제징용돼 탄광촌에서 험난한 노역에 시달리리다 석탄을 운반하는 전동차에 왼쪽 발가락을 모두 잃는 장애를 입었다. 이후 탄광촌의 일본 작업반장이 강제노역에 끌려온 한국사람을 폭행하자 이에 격분 살해 후 도주했다. 일본 경찰의 수배를 피해 도주생활을 하던 고 박삼길씨는 해방이 1년여 지난 1946년 귀국, 강제징용된 지 4년여 만에 고국의 땅을 밟았다.

아버지의 참혹한 과거와 강제징용과정에서 입은 장애를 보상받고자 국가에 배상을 청구한 박 씨는 지난해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및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고 박삼길씨가 강제동원 후 귀환한 것은 인정하지만, 장애를 입은 것에 대한 근거가 없다며 기각, 이에 항소 후 지난 1월19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위원회는 유족에 대해 위로금을 지급하라며 최종 승소판결을 내렸다. 자손들이 정부를 상대로 끈질긴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서 명예를 회복한 것.

박 씨는 “일제의 혹독한 고문과 강제노역에도 애국애족 정신으로 오직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아버지의 정신을 위원회가 인정하지 않은 것에 매우 유감이었지만 이번 승소를 통해 정의가 살아있음이 증명됐다”며 “많은 사람이 일본에 강제징용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분들의 명예도 함께 회복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주=박상돈기자 psd161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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