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문학관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지게 된 건 습작하던 시절부터였다. 은사님들은 작품을 쓴 작가의 재능이나 스타일에 맞는 평가와 지지를 했던 것이 아니라, 은연 중에 자신의 문학관을 제자들에게 강요하셨던 것이다.
그때 나는 화가 나 있었다. 학교와 등단제도와 이 세상과 결혼, 모두에 대해서…. 어쨌든 당선전화가 걸려왔을 때, 나는 잠시 학교와 등단제도와 불친절한 세상을 용서했다. ‘전화위복’ 이었다.
나는 요즘 읽기 쉬운 로맨스 소설을 쓰고 있다. 나름대로 ‘진화’하려는 몸부림이다. 일반 독자들은 내 소설이 힘들다면서 좀 더 쉽게 쓰라는 주문을 한다. 심지어 내 배우자라는 사람은 ‘공모씨’의 소설이 왜 베스트셀러인지 알겠다는 등의 말로 비난(?)을 하기까지 한다.
그런 말들은 내게 격려와 지지로 들리지 않고 비난으로 들리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대화법을 공부해서 상대방의 말 속에 숨은 속뜻을 조금은 헤아릴 줄 안다 해도, 그 순간만큼은 맥이 빠진다.
저런 말들을 들었을 때, 나는 내 소설의 밀도가 높은데 비해서 당신들이 독서를 안 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항변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난 INFP유형이다. 간단히 말하면, 내향에 직관형이며, 감정적이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유형이다.
내가 한 남자와 두 번 결혼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와 반대유형인 독자들은 내가 구사하는 은유나 사유에 공감하기는커녕, ‘왜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들이 많은가’라고 화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정확히 내 남편의 유형이 그렇다! 그들은 자신과 다르면, 틀린 것으로 판단하고 지적을 한다.
그런 남편이 두 번째 결혼에서는 사뭇 달라진(주변과 타협하려는) 것을 보면, 우리의 이혼이 ‘전화위복’인 것은 틀림이 없다. 우리는 그렇게 결혼이라는 관계를 갱신했다. 그러니 남편의 지적질과 독자들의 조언이 내게는 상처가 아니라,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한 지 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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