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무효선언 후 통일촌은 지금…

北 정전협정 무효선언… 긴장감 감도는 민통선
전쟁선포나 다름없어 불안한 삶 언제까지…

“북한이 전쟁 선포를 한거나 마찬가진데 불안합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긴장 속에서 보내는 삶에 이제는 지쳐갑니다. 정부는 뭘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정전 철회에 이어 제2의 조선전쟁 성명을 발표한 7일 오후 3시께 찾은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 위치한 검문소에선 6~7명의 군인들이 출입하는 차량에 대해 일일히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며 평소보다 삼엄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검문소를 지나 500여m 이동하자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통일촌 마을이 한 눈에 들어왔다.

107세대 400여명이 옹기종기 마을을 이뤄 생활하는 이곳은 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 등 폭풍을 앞둔 듯한 적막감만 맴돌았다.

마을에 도착한 지 1시간이 다 되어서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낯선 사람을 보자 도망치듯 집을 향했다.

농번기가 코앞인데 출농 준비도 못하고

北 도발 여부에 촉각 정부는 뭐하나… 한숨

300여명 수용 대피소 비상사태 대비 점검 분주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주민 J씨(54)는 “북한의 도발 시마다 민통선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며 “정부가 더이상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응징을 하던지 아니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고 하소연했다.

J씨의 가게를 지나 대피소 내부에선 장단 출장소 직원들의 움직임은 마을 분위기와 달리 분주했다. 직원 3명은 지하 1층 285㎡ 규모로 315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비, 급수시설과 비상 발전기 등 응급시설을 점검하고 있었다.

북한의 정전 중단발표 후 대피소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는 직원들은 “겉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우리도 불안하기는 주민들과 마찬가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통일촌보다 북측에 더 인접한 판문점 접경지역인 대성동 해마루촌 분위기는 더욱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DMZ 내에 위치한 탓에 마을 주민들은 농번기가 다가왔지만 불안한 마음에 출농 준비조차 못하고 있다.

해마루촌 이장 K씨(45)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 곳을 떠나본 적이 없고 큰 변고는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워낙 접경지역인데다 지인들의 안부전화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주민 L씨(43)도 “날이 풀리며 농사준비를 시작해야 하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부활동 자체를 자제하고 있다”면서 “항상 마음을 졸이며 사는 것도 이제는 힘들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양휘모기자 return77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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