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종영된 드라마 ‘내 딸 서영이’는 46%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나리오나 배우, 기타의 요소들이 작용했겠지만 가족애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기여를 하지 않았나 싶다.
요즘의 멜로는 재벌가의 아들과 결혼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마침내 결혼에 이르면서 끝이 난다. 마치 어린 시절 내내 읽어왔던 동화 속의 엔딩처럼 “그리하여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그러나 ‘내 딸 서영이’는 결혼한 그 이후를 보여주었다.
나는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나 요즘의 젊은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의 엔딩에 대해서 언제나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정말 행복하게 살았을까?’라는 물음 뒤에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라고 항상 생각했던 것이다.
극 중의 ‘서영이’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감정이입을 했다. 나도 한때, ‘서영이’처럼 탈출하고 싶었다. 가난한 빈농의 여식으로 태어난 것과, 내게 ‘예쁘다’거나 ‘잘했다’는 말조차 건넬 줄 모르고 그저 먹고사는 데에만 급급한 부모님으로부터 그런 것들을 유산처럼 상속받을 무지하고 어두운 내 미래가 싫었다.
심지어 나는 우유부단한 내 피(A형)마저 바꾸고 싶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결코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가족은 그랬다. 그리고 나는 자존감이 아주 낮은 아이로, 여자로 자라났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선택을 할 때 주로 하향지원을 한다. 직업이나 꿈, 심지어 배우자를 선택할 때조차도…. 그러나 그런 행동이 자존감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최근이다.
세월이 흘러 우여곡절 끝에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글 쓰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 우여곡절 속에는 가족들의 여러 가지 지원이 있었다. 그 지원 덕분에 나는 정신분석을 공부했고, 비폭력 대화법이나 성격 공부를 했다. 그러면서 타인들을 이해하고 신뢰하게 되었으며, 가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그토록 바꾸고 싶어 했던 것들이, 결국은 내 꿈을 이루는 원동력이자 발판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족은 또한 그런 것이었다.
지금도 자신을 잡고 있는 굴레, 혹은 만만치 않은 세상과 싸우고 있을 이 땅의 수많은 ‘서영이’들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조금 더 힘을 내서 자존감을 키우라고, 그대들이 바꿀 수 있는 기회는 머지않아 찾아온다고, 그렇게 믿으면 정말로 그렇게 된다고!”
한 지 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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