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농촌 하면 전원적인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 그곳에 가면 여유를 느끼며 왠지 마음의 고향 같은 향수를 갖게 한다. 도시의 혼잡함과 일상에서 벗어나 농촌을 지나치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생각을 가질 것이다.
농촌풍경은 자연적으로 주어진 자원일 수도 있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농촌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공동체나 구성원들이 그 자산을 소중히 가꾸고 만들어 가는 노력이 더 할 때 농촌 환경이 아름답고 새로운 가치를 확대 재생산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농업은 식량공급이외에도 공익적 가치인 대기정화, 수자원함양, 환경보전, 자연경관, 전통문화와 지역사회 유지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데 농촌이 살아나야 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농촌경관을 가꾸는 것은 자원의 낭비와 비생산적인 활동이 아니며 1차 농업생산 활동과는 다른 선진국 농촌으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농촌경관은 자연, 농업, 인공적 환경 등의 상호 작용으로부터 발생하는 가시적 산물이며, 도시경관과는 달리 농업생산과 관련한 공간적 영역이 농촌경관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가 된다. 그 범위를 더 넓게 해석하자면 농촌경관이란 결국 사회역사문화적 요소인 농촌주민의 가치관, 사회제도, 역사와 관습, 농업기술 그리고 자연과 오랜 세월 작용하여 형성된 촌락의 입지 및 형태, 농지의 형태, 건축의 형태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농촌은 과연 체계적으로 가꾸어 지고 있는가? 겉보기에는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연적인 면이 많을 뿐이며 대부분의 농촌경관은 선진국 농촌처럼 유지보존이 잘되지 않고 있다.
특히 수도권지역 농촌의 내실을 들여다보면 시급히 농촌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되돌릴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농촌경관을 외면한 채 마을 구석구석까지 무계획적으로 들어선 창고형 공장들이 농지와 산림을 잠식하여 난개발이 이루어지고 이농과 농촌인구 감소로 발생한 폐농가옥과 망가진 시설물은 흉물이 된 채 방치되고 있고, 물고기가 살던 깨끗한 실개천은 골짜기 마다 들어선 축사에서 흘러나오는 분뇨와 지역 생활하수로 오래전의 추억거리가 되었고, 수거되지 않고 방치된 폐비닐과 농약병 그리고 생활 쓰레기들로 경관은 물론, 생활환경까지도 열악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으로 나온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지역의 전원적인 풍경과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한 폭의 그림 같은 농촌을 보고 정말 부러워 한 적이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 홋가이도의 비에이(美暎)읍은 경관농업과 연계하여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지역에도 일부이긴 하지만 양평, 이천의 산수유축제와 같이 농산자원을 잘 유지 보존하여 도시민에게 볼거리를 주고 있고 잘 가꾸어진 농촌 체험마을과 관광농원들이 소득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타 지역의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경관직불제 사업을 시범적으로 도입하여 성공한 사례들이 있는데 강원도 평창의 봉평 메밀꽃과 전북 고창군의 청보리를 대상으로 한 경관농업이 성공한 사업으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농촌경관을 보존하고 가꾸기 위해서는 농촌이 생산적 공간의 한계에서 벗어나 어메니티와 농촌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새로운 인식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누구나 머물고 싶어 하는 경관이 아름답고 쾌적한 우리농촌이 있을 때 그것이 농촌의 존재감을 높이고 부를 창출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이 해 길 경기도농업기술원 선인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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