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입니다’, 저들은 모두 버려진 영혼들이었다. 거리에서 혹은 쓰레기통에서 심지어 우아한 레스토랑에서도 저들은 버젓이 버려졌다. 어떤 손은 마치 최후의 궁리를 마친 것처럼 산 채로 뼈마디를 똑똑 분질러서, 상자 속에 착착 접어서, 쓰레기통 위에 달랑 올려놓기도 했다.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나를 따라다녔던 강아지 한 마리 ‘시추’. 녀석은 비싼 미용을 마치고 리본까지 달고 버려졌다. 버려졌다는 자명한 사실을 인정 못 하고 홀로 분노하면서 날카롭게 발톱을 세웠던 녀석. 과하게 부려졌던 사랑과 느닷없이 거두어진 사랑 속에서 녀석의 운명은 결국 우울증이었다.
그리고 또 한 녀석, ‘치와와’는 잠들어서도 네 다리를 맹렬하게 움직여서 도망 다니곤 했는데, 사람의 학대를 피해 꿈속에서도 숨이 찼던 녀석의 삶은 진정 ‘생중사’였겠다. 또 하나의 기억. 노인정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사랑을 듬뿍 받던 복남이. 느닷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보신탕용 몽둥이찜질에도 저들의 품을 파고들기도 했는데.
사람들의 반려동물로 살아야만 했던 개와 고양이. 그러나 어느 날 버려져서 갈 곳 없는 영혼들로 혼란했던 저들의 이야기를 곰곰 받아 적었던 일 년이었다.
처음부터 개와 고양이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지금도 개와 고양이들을 몸살 나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만 동물복지단체인 ‘동물자유연대’와 출판사 넥서스 ‘지식의 숲’과 손을 잡고 ‘나는 사랑입니다’를 집필하는 동안 내 운명은 분명히 바뀌었다.
기적처럼 자연이 내 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나 또한 자연 속에서 잠시 시간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시간 여행자라는 생각을 굳힐 수 있었다. 저렇게 비참하게 버려지고, 더러는 다시 사랑을 얻어서 삶을 살고 있는 반려동물들 역시 나와 똑같이 시간을 여행하고 있는 시간여행자라는 사실. 저들도 나와 같이 지금 이 순간을 통과하고 있는 자연의 일부라는 자명한 현실. 그리고 자연은 누구도 감히 버리고 버려질 수 없는 존재라는 두려움. 그것이 내가 일 년 동안 저들을 안고 뒹굴면서 얻은 결론이다.
누가 인간만이 느끼고 울고 웃고 슬퍼한다고 감히 단정했을까. 커다란 자연의 기운 속에서 귀를 확 열어젖히고 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어느덧 저들의 숨소리에서도 감정을 느끼게 되는 순간에 닿기도 했다. 두려움 비슷한 것에 시달리면서 하늘의 문이 깜깜 닫혔던 아득함. 하늘에서 보면 땅이 하늘이고, 죽음 쪽에서 생각하면 삶을 부리는 이곳이 어쩜 또 다른 형태의 죽음일 수도 있는 거다.
‘나는 사랑입니다’는 60가지의 사연을 가진 유기동물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저마다의 버려진 사연 속에서 동물보호연대로 옮겨지면서 저들의 삶은 지속되었던 것이다. 더러는 따뜻한 가정으로 입양되어서 새 삶을 찾은 녀석들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버려졌다는 사실에 부정하고 분노하고 타협하고 우울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제 명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상한 경험은 유기동물 대부분이 자기 자신이 버려졌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들은 대부분 버려진 장소에서 멀리 떠나지 않았다. 주위를 맴돌면서 주인은 반드시 자기를 데리러 오리라는 믿음을 보였다. 그리고 대부분 거리에서 삶을 마감했다. 생명을 물건처럼 버린 손과 그 손을 서슴없이 믿어버린 동물들. 그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서사가 존재했던 것일까.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경기도 미술관에서는 ‘가족이되고싶어요-반려동물이야기’展을개최한다. 제3의 가족이라 할 수 있는 반려동물에 관한 미술작품들과 ‘동물자유연대’의 유기동물들에 관한 사연들을 모아서 5월 3일부터 총 80일간 전시를 한다. 이번 전시에는 생명의 존귀함에 대한 사회적 발언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해 온 여러 분야의 작가들이 마음을 함께한다. 아이들 손을 잡고, 혹은 노부모와 함께 가족 나들이를 이곳으로 하는 것도 뜻이 있을 것 같다. 버려진 것들에 대한 사색. 어쩌면 우리 모두 어느 별에 버려진 가뭇없는 생명일지도 모르겠다.
손 현 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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