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2011년 곡물자급률을 24.3%라고 확정 발표했다. 2010년 27.6%보다는 다소 하락했다.
곡물자급률이란 사람이 먹는 식량과 동물이 먹는 사료를 합해 산출되며 사람이 먹는 식량을 기준으로 한 식량자급률은 44.5%다. 쌀의 경우 1인당 연간 소비량은 71.2kg으로 매년 줄고 있으며 쌀 자급률은 2010년 104.6%에서 83.2%로 크게 하락했다. 정부는 오는 2020년 곡물 자급률 32%, 쌀 자급률 98% 그리고 식량자급률 60%를 목표로 하고 있다. OECD 선진국 대부분은 100% 내외의 곡물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2년 기준 국내 농촌상황을 보면 농촌인구는 291만 2천여명으로 매년 줄고 있고, 농촌 고령화율은 35.6%로 전체 인구의 고령화율 11.8%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경지면적은 주거시설 전용 등으로 인해 172만 9천여 헥타르로 줄었으며 이는 2020년 정부 곡물자급률 목표 32% 달성에 필요한 175만 2천 헥타르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해외 상황을 보면 곡물가격은 석유가격 상승, 이상기온 등으로 지속 상승하고 있고 곡물가격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등 공업화 되는 국가들에서 육류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 육류 생산에 필요한 사료 수요 증가로 곡물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환경에 대한 문제로 바이오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이제는 곡물을 인간과 동물이 나눠 먹다가 바이오 에너지로 인해 차량과 나눠먹는 형국이 되었다.
일부에서는 전자업종과 자동차업종 등 제조업에서 벌어들인 외화로 가격이 싼 농산물을 수입해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그릇된 비교우위론을 옹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이 옳지 않다는 사례가 많다.
농업을 경시하다 몰락한 이스터섬, 수입에 의존하다 해상 봉쇄로 어려움을 겪었던 영국, 우리나라 통일벼 품종을 개발했던 국제미작연구소(IRRI)가 소재하고 삼모작이 가능한 나라임에도 농지전용 등으로 2010년 240여만t의 쌀을 수입하여 세계 최대 수입국으로 전략한 필리핀, 80년대 까지 쌀을 자급하였으나 값이 싼 외국산 쌀에 의존하다 식량위기를 고스란히 겪고 있는 아이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외환보유액이 많다고 한들 2008년 식량위기와 2010년 곡물파동 때처럼 곡물 수출국에서 수출을 중단해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결국 자급이 필요하다. 이것은 어쩌면 생존의 있는 필수조건이며 곡물가격 급등과 식량자원 무기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할 경우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블랙스완(Black Swan)이란 용어가 있다. 거의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지만 한번 발생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사건 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할 때 하는 말이다.
농업에 블랙스완이 없기를 바라면서 소리없는 쓰나미라 불리는 식량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대비는 식량의 공동 생산자인 소비자인 도시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생산자인 농업인은 안전한 먹을 거리를 생산한 의무가 있고, 소비자인 도시민 또한 지속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우리 농산물을 구입해 줘야 한다. 이것이 신토불이와 로컬푸드의 기본 전제다.
임창덕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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