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가야금

명주실 뽑아내는 누에고치의

숨소리처럼

어머니의 쪽진 머리 빗어 넘기는

참빗 소리처럼

현을 희롱하는 떨림의 소리

가느다란 손끝으로 세월을 바느질한다

뒷산 숲속의 솔바람 소리처럼

새싹 어루만지는 이슬비 소리처럼

오르내리는 현의 음률이

바람의 나래에 앉아 들을 지나고

구름을 애무하며 바다 위를 난다

황혼의 금빛 물결 노를 저으며

석양 노을 날아가는 기러기 나래 소리

고향집 초가지붕 새끼줄을 타고

돌담 사이로 미끄러져 내려 오다

나비처럼 사쁜사쁜 날아오르는

저 떨림의소리

 

백미숙

제주시 출생.

<한국문인> 으로 등단.

시집 <나비의 그림자>

<리모델링하고 싶은 여자>

창시문학상·새한국문학상·황진이문학상 본상 수상

한국문인협회ㆍ국제펜한국본부·한국수필회 회원.

창시문학회장 역임·문파문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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