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천의 진정한 진료 네트워크 구축

지난 4월 인하대병원에서 인천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선정을 자축하는 심포지움이 열렸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설치 지원사업은 심근경색 및 뇌졸중의 발생율, 사망률, 장애율을 감소시키고 고혈압, 당뇨병 등의 관리수준을 높인다는 목표 하에 연속 통합적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체계의 구축이라는 심뇌혈관질환 종합대책의 하나로 지난해 말 지정받은 인하대병원 인천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까지 포함해 전국에 11개 권역심뇌혈관 질환센터가 있다.

주요지원사업은 24시간 365일 전문진료체계 운영지원사업, 병원기반의 예방관리 및 교육사업, 병원 환자 정보를 활용한 통계사업, 권역내 의료기관간 진료 네트워크 구축지원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사업들의 핵심은 결국 일단 발병하면 커다란 후유증이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심뇌혈관 질환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일단 발병했다면 발병 후 2~3시간내의 골든 타임에 최대한 빨리 적절한 치료 시설을 갖춘 병원으로 신속한 방문을 유도해 치료성적을 높이고 신속한 재활 치료로 발병 환자들의 장애와 재발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원격ㆍ소프트웨어적 의료지원 필요

이 사업에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재정보조금 이외에도 지정된 병원 자체에서도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심뇌혈관 질환의 근본적 발생을 막는 예방사업이겠으나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병원의 입장에서 투자한 막대한 예산을 생각하면 급성기 환자의 유치에 필요한 병원의 인지도 향상에 관심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수년 전 권역센터로 지정됐던 모 센터의 경우 얼마 전 한 TV 방송국에 권역 센터 전체가 명의로 방송될 정도로 권역센터로로 지정되는 것은 인지도 향상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인천 권역의 급성기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여러 다른 의료기관들이 권역센터를 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권역센터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단순하게 권역내의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를 얻었다는 안도감보다 인천 권역의 불량했던 여러 지표를 개선할 수 있는가 하는 중압감이 더욱 크다. 임상의사인 필자는 급성기 치료성적을 어떻게 높일 지 고민하고 있는데 이제껏 다른 권역에서처럼 권역센터로 빠른전원 또는 후송을 홍보하는 것만으로 가능할 지 의문이다. 현실적으로 권역 내 여러 병원의 인력이나 시설, 특히 심야시간대의 사정을 고려할 때 24시간 전문진료 인력이 대기하고 있고 어느 때라도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시설이갖춰진 권역센터로의 전원 및 후송을 독려하는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지역 못지 않게 급성기 치료 병원의 밀도가 높은 인천 지역의 경우 환자 발생시 가장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나 진단이 시작될 수 있다면 그 무엇보다도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은 권역내의 타병원과 권역센터가 심뇌혈관 질환에 대한 동일한 표준 임상 경로를 공유할 때 가능한 이야기다.

모든 권역 내 타병원이 혈전 용해제 투여 등 시기 적절한 응급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24시간 365일 배치돼 있지 않을 수도 있고 시설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부분을 권역센터에서 원격의료 지원이나 자문으로 보완할 수 있다면 극복 가능한 일이라 판단된다. 필자가 권역 내 의료기관간 진료 네트워크 구축지원사업에 관심이 많은 이유다.

중증도 높은 환자 집중치료 담당해야

필자가 근무하는 인하대 병원에서는 작년에 백령도 병원과 모의환자를 대상으로 시험시연을 했는데 실현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권역 내 많은 병원에서는 일차 심뇌혈관센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권역 센터에서는 명실공히 포괄적 심뇌혈관질환 센터로서 일차 센터에 대한 소프트웨어적 의료지원과 중증도가 높은 환자의 집중치료를 담당하는 것이 진정한 급성기 진료 네트워크의 구축이라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1, 2차 예방과 관리를 권역 내 일차 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담당하는 진정한 의료기관의 기능 재정립 권역센터의 출발점에서 꿈꿔 본다.

박현선 인하대병원 인천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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