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인 아라뱃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물은 매우 신비한 존재이자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생명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물을 그리워한다.

서울 도심에 청계천이 복원되자 시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집중됐고 가족과 연인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이처럼 물을 가까이 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는 역사적으로 대도시를 관통하는 운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켜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역사적 사실을 천착하다 보면 우리도 고려시대부터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는 인공수로에 대한 염원이 컸음을 알 수 있다. 일찍이 고려 고종(1213~1259)시절의 권력자 최충헌의 아들 최이가 한강에서 서해로 나아가는 물길을 뚫으려 했으나 ‘기술 부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조선 중종(1506~1544) 때도 김안로가 똑같은 목적으로 김포지역을 파기 시작했지만 ‘원통이 고개’등 한 서린 지명만 남긴 채 좌절했다. 이런 조상들의 염원은 지난해 ‘한강과 서해의 아름다운 만남’이란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경인 아라뱃길이 열리면서 실현됐다.

오랜 ‘숙성기간’을 거쳐 태어난 아라뱃길은 주운수로 기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멀티플레이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선, 아라뱃길의 방수로 기능은 인천시 부평, 경기도 부천, 김포시 등 굴포천 유역의 상습적인 수해를 방지해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안전하게 되었다.

둘째, 아라뱃길 양 끝에는 서울의 관문 격인 경인항(인천터미널, 김포터미널)이 위치하여 여객과 화물을 국내외로 운송하고 있다.

유람선은 4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금년 중 서해 섬, 여의도 등지로 항로를 확대할 예정이다. 화물의 경우 총 18개 노선을 통해 국내외로 수송하고 있으며, 점차 늘어나는 화물량에 맞춰 선박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국제 항로는 정기화물선이 중국의 청도, 천진으로 2개 노선이 운항중이며, 금년 중 동남아 방면으로도 항로를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양주, 포천, 별내 등 수도권 북부 및 한강 이북으로‘초중량물’이 운송되고 있다. 초중량물은 중량이 커서 운송에 특수 장비나 특별한 취급이 필요한 화물(발전설비, 교량구조물, 건축구조물 등)을 말하는 것으로 안전문제 등으로 도로법상 통행이 제한되고 있다.

한강 교량의 경우 화물중량이 40톤 이상일 때 통행 제한을 하고 있어 육로를 통해 서울 4대문 및 경기 북부권으로 초중량물 반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을 고려할 때, 아라뱃길을 통한 초중량물 운송은 발전설비, 교량, 건축설비 등 거대구조물 설계시공 및 운송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셋째, 경인항을 중심으로 물류단지가 조성되어 인천과 김포에 집적되는 물류를 수송한다. 향후 물류단지에 물류 업체들이 정상 영업을 개시할 시점에서는 수도권 교통난에 따른 물류비 절감과 함께 경기 북부와 인천 서부의 물류기지 역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넷째, 아라뱃길에는 뱃길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도로 36㎞를 비롯해 수변경관을 즐길 수 있는 친수시설들이 곳곳에 만들어져 있어 관광레저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아라뱃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현재의 아라뱃길 문제에 대해 우리가 어떠한 자세로 대응하고,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라뱃길은 오랜 세월을 거쳐 탄생한 새로운 유형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홍수통제, 물류수송, 관광레저 활성화 등 역할은 물론 기술축적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 및 지역경제 활성화 기회를 충분히 창출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힘과 노력을 투입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지만, 아직은 완전히 가공되지 않은 원석(原石)이다.

 

김문섭 한국수자원공사 아라뱃길운영처 시설 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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