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의 원칙

1992년 리우에서 채택된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기본협약(UNFCCC)’은 지구환경문제 해결의 초석이다. 여기에는 무분별한 산업 활동이 야기한 지구온난화가 인류 전체의 건강과 복지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자각과 함께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기후체계를 보호해야만 한다는 집단적 결의가 담겨있다. 그런데, 여기 담긴 진짜 교훈은 선진국과 개도국간에 합의된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의 원칙이다.

그 요지는 첫째, 오늘날 심각한 지구온난화가 지난 200년간 선진국들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때문이라는 점을 선진국들이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이 그 책임을 충분히 고려해서 기후변화와 그 부정적 효과에 선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둘째, 개도국은 부적절하거나 부당한 사회경제적 비용 없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모든 나라는 환경과 개발에 있어서 주권적 권리를 가지는 동시에 자국 활동이 다른 나라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선진국과 개도국간에 공통적, 차별적 의무이행으로 연결된다. 첫째,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원에 대한 통계와 보고, 대응계획, 기술개발과 확산을 위한 협력의무는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 있다. 둘째, 선진국은 자국의 온실가스배출량을 감축할 의무와 함께 개도국이 공동의 책임을 이행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제공할 의무를 차별적으로 진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1997년 교토의정서 체제를 통해 구체화됐고 재원부담은 2010년 녹색기후기금(GCF)을 통해 현실화됐다.

기후변화협약 전문과 제3조, 제4조에서 거듭 천명돼 있는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의 원칙은 세계 154개국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극복한 결과다. 동시에 환경문제에 관한한 지구는 한 배에 탄 공동운명체(Spaceship Earth)임을 선언했던 1972년 스톡홀름회의 이래 20년 만에 어렵게 일군 글로벌 거버넌스(governance)의 성취다.

이 원칙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구성원들이 동시에 그들이 속한 더 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모두의 상생발전을 위해 다양한 이해들의 조화와 협력적 문제해결을 어디에서 시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값진 교훈이다. 그 출발은 지구온난화라는 문제의 원천이 선진국이라는 분명한 확인이고 해법은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의 노력 더하기 원인제공자인 선진국의 차별적 책임에 대한 약속이다.

나라 안에서는 지금 다양한 환경 이슈를 둘러싸고 이해관계들이 충돌하고 있다. 옛 지식경제부는 연초 영흥화력발전소 추가증설이 포함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수도권에 더는 석탄 화력발전소를 짓지 않겠다는 약속을 깼고 환경부와 인천시는 그 대척점에 있다.

한강 상류의 식수원보호를 위해 하류지역 주민들이 10년 이상 내왔던 4조원 이상의 물이용부담금의 효과성과 투명성을 두고 서울인천시와 환경부가 갈등하고 있다.

2016년 사용종료가 약속된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두고 전체 반입쓰레기의 48%를 쏟아내는 서울시가 2044년까지 사용연장을 제기하면서 지난 20년간 악취와 먼지 등으로 고통받아온 인천시와 부딪히고 있다. 낙동강 수계에서는 상수원확보를 둘러싸고 지자체간에 다양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대한민국과 수도권이라는 더 큰 공동체 속에서 상생발전을 위한 협력적 문제해결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 출발은 갈등의 원천이 어딘지에 대한 분명한 확인이고 해법은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의 노력 더하기 원인제공자의 차별적 책임에 대한 약속이다.

김상섭 인천시 환경정책과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