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상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항들을 규정하고 있으나 실무적으로는 임신 중인자의 출산 및 형의 집행으로 인하여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는 염려가 있는 중환자의 경우 등 두 가지 요건의 경우에 국한되어 대부분 시행되고 있다.
형의 집행정지 절차는 수형자를 직접 관리하는 교정기관장이 검찰청에 진단서 등 제반서류를 갖추어 건의함이 일반적이나, 수형자의 가족 또는 선임된 변호인이 검찰에 직접 건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어왔다.
그러나 교정기관을 거치지 아니한 개별적인 형집행정지 건의의 경우 그 대부분이 불허되었던 경우가 많았으니, 이는 수형자의 병세가 위중할 경우 그 관리책임이 막중한 교정기관장이 응당 집행정지를 건의해 왔을 터이고, 오랜 수형자 관리로 집행정지 대상자의 변별력에 노하우를 지닌 교정기관의 의견보다는 변호인, 가족 등의 개별적 의견이 상대적으로 신뢰감을 덜 주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기실 교정시설에서는 수용 중 사망사고 방지를 업무집행의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중환자에 대한 외부병원 이송 등 적절한 치료의 지연으로 수형자가 사망할 경우 직무소홀의 책임추궁은 물론 사망자의 가족 및 사회일반의 따가운 비판을 속절없이 감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망자의 가족들은 국가와 관련 교도관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이 경우 100% 그 가족들의 승소로 이어지고 있기에, 교정시설에서는 중환자 관리 문제로 관련 직원들이 여간 고심하고 있는 게 아니다.
오죽했으면 소액의 벌금(20~30만원)미납으로 노역 유치된 알코올 중독성 노숙자들이 평소 부실했던 건강관리로 입소 후 돌연사 하는 사고가 빚어지자, 입소시 이상징후가 엿보이는 노역 유치자들의 경우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거출하여 벌금을 대납하고 출소를 시키는 촌극까지 벌일 정도로 시설내의 사망사고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었다.
한편 교정시설내 환자관리에 대한 이러한 고민은 동시에 형집행정지 건의를 위한 절차에도 치밀할 수 밖에 없는 책무를 함께 내포한다. 칭병 등의 장난이야 애초에 허용될 수 없고, 시설 내에서의 치료처우가 불가능하거나 병세가 위중한 것으로 판단되면 자체 의무관의 진단서와 함께 외부병원 전문의의 2차 진료 진단서를 첨부하여 신속하게 검찰에 형집행정지를 건의하게 된다.
그러나 형의 집행정지는 지검 검사장의 허가를 득해야 하는지라 검찰지 청소재지 교정시설의 경우 지청을 경유하여 지방검찰청까지 건의서가 도달하는 동안 수형자가 사망에 이르고 마는 사고도 더러 빚어져 곤혹을 치르는 경우도 왕왕 있어 왔다. 교정시설의 형집행정지 절차와 건의에 이르는 이렇듯 철저한 대비와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는 검찰인지라 교정시설장을 경유하지 아니한 개별 변호인 등의 형집행정지 건의는 여간해서는 수용되기가 쉽지 아니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무기징역을 받은 모 회장 사모님이 형집행정지로 4년간이나 유유자적 대학병원 VIP 병실에서 호화생활을 누렸다는 언론보도는 가히 충격적이다. 얼마나 많은 돈과 배짱 좋은 의사가 있었기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지켜보는 국민들로서는 참담한 마음일 것이다. 비밀은 음습한 곳에 똬리를 튼다고 했던가. 발본색원하여 도용되고 유린된 형벌의 무게를 제자리에 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이태희 전 법무부 교정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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