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라 사랑은 국기게양 실천으로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시고, 일제치하에서 광복을 위하여 피를 흘리신 순국선열이 없으셨다면 자유 대한민국은 존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젊은 시절 미군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성조기에 대한 미군들의 각별한 사랑을 보면서 미국이 강대국이 된 이면에 국민의 애국심이 크게 작용했다고 여겼던 적이 있었다. 공사장 꼭대기, 자동차 등 개의치 않고 성조기를 달 정도로 미국 국민 그네들의 성조기 사랑은 지극하다. 우리나라 국민의 나라사랑도 미국 국민보다 결코 작지 않을 것인데도 유독 태극기 게양에 관한 한 예전과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태극기가 물결 치며 거리마다 태극기 게양에 가슴 벅찼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기미년 3·1 독립만세 운동을 할 때 외쳤던 ‘대한 독립만세’, 꿈에도 그리던 1945년 8·15 광복절에 목 놓아 외쳤던 ‘대한 독립만세’, 한국전쟁 중 서울 수복하면서 목 놓아 외쳤을 ‘국군 만세’, 월드컵 4강 진출에 목이 쉬도록 외쳤던 ‘오 필승 코리아’ 함성과 함께 온 국민이 양손에 태극기를 흔들었던 감동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태극기는 우리 가슴에 애국심 본능을 우러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태극기를 볼 때마다 가슴 벅차고 설렌다. 유관순누님이 손에 들었을 태극기, 안중근 의사 앞에 놓였을 태극기를 생각한다. 요즘 신세대 젊은이들은 관심 없는 국민교육헌장과 국기에 대한 맹세를 조용히 음미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설렌다. 교복 시절로 돌아가 뜨거운 청춘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다면, 태극기 사랑은 파시즘의 발로도 아니요 우상숭배도 아니며,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경건한 축제의식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넘쳐나던 태극기 물결은 다 어디로 가고 나라에서 정한 국기게양일에 다는 것조차도 자주 잊어버린다고들 한다. 공공기관이나 학교에 게양된 태극기의 교체시기가 한참 지났음에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누렇게 때가 묻어나 오염, 훼손된 것을 보면 안타깝다 못해 서글프다.

몇 년 전 방송 프로그램에서 신임장관들 집을 찾아가 국기게양 실태를 취재 보도한 적이 있었는데, 신임장관이 되었음에도 반은 달고 반은 달지 않은 것을 보고서 개탄했다. 그래도 지도층은 남다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일반 국민의 나라 사랑이 더 뜨겁다고 느껴진다면 지도층은 반성하고 또 반성할 일이다.

태극기를 곱게 접어 국기함에 소중하게 넣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얼굴과 온몸에 태극기 페인팅을 하고, 태극기로 만든 옷과 모자로 치장할 정도로 태극기에 대한 사랑이 지나치다 못해 극성인 시대가 되었다. 온라인 상에서는 태극기 사진, 국기게양 인증 샷 등으로 SNS, 트위터, 페이스북, 카톡이 채워진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국기게양일에 아파트촌 드문드문 걸려 있는 태극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국기 다는 가정이 오히려 소수인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국기법’이 바뀌어 낮에만 국기를 다는 각급 학교 및 군부대의 주 게양대를 제외 하고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청사 등에 연중 24시간 국기를 달아도 되도록 하고 야간에 적절한 조명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경기도의회에서도 ‘경기도 국기게양일 지정 등에 관한 조례’를 입법예고 하였다. 이 조례안은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게양할 수 있도록 하고, 도지사는 각종 국기선양사업을 추진하고 국기선양을 위한 게양시설의 설치 등에 필요한 사업비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두 손 들어 적극적으로 환영할 일이다.

이 같은 국기게양에 관한 제도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기게양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필자부터 당장 집에 있는 국기함의 태극기를 꺼내어 다시 손질해야겠다.

장호철 경기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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