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물난리 양평 곡수리를 가다
주민들 대책요구 묵살 수해예방공사 오히려 화근
지난 22일 폭우에 곡수천 범람 위기 긴급대피 소동
식당가 침수 ‘풀장 방불’… 가로수 쓰러져 차량 통제
“최근 몇년 동안 당국에 수 차례나 장마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묵묵부답 이었습니다.”
양평지역에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22일 오전 9시30분께 양평군 지평면 곡수리 일대를 가로 지르는 곡수천에는 시뻘건 흙탕물이 먹이에 굶주린 맹수처럼 사납게 달려들고 있었다.
주민들은 시시각각으로 불어나는 물살을 피해 멀찌감치 떨어져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발만 동동구르며 지켜보고만 있었다.
물살에 실려 떠내려 오는 플라스틱 구조물들과 파이프, 흄관 등이 곡수천을 건너가는 교량(곡수교) 교각에 부딪치면서 “둥~”하는 둔탁한 마찰음을 내고 있었다.
식당 20여곳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곡수교 인근 ‘곳수뒷말길’ 골목 500여m는 이미 어른 발목이 잠길 정도로 침수되고 있었다.
곡수교 북쪽 의용소방대 건물 앞 도로에는 가로수로 심어진 높이 5~6m 플라타너스 10여그루가 쓰러지면서 길을 막아 차량들의 통행도 통제되고 있었다.
양평지역에 호우경보가 발령된 시각은 이날 오전 7시20분.
주민들은 새벽부터 하늘에 구멍이 뚫린듯 시간당 30㎜ 이상 쏟아붓는 호우에 비가 그칠 때까지 수없이 가슴을 쓸어 내려야만 했다.
특히, 이 일대는 양평군이 재해예방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9월 준공 목표로 지난 2011년 9월부터 50억원을 들여 길이 1.5㎞에 걸쳐 축대를 쌓고 호안과 배수로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하는 곳이어서 피해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63·여)는 “몇년 전부터 곡수천에 대해 수해예방 공사를 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들어 소강상태를 보인 비는 오전 10시30분까지 3시간여 동안 곡수리 일대에는 100여㎜의 강우량을 보인 것으로 잠점 집계됐다.
오전 11시께부터 비가 그치면서 다행스럽게도 곡수천은 범람되진 않았지만, 주택과 식당 등 건물 10여채가 물에 잠겨 주민 2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주민 김모씨(55)는 “곡수하수처리장 앞에 설치된 미니 보(洑) 수문이 모두 닫혀 있어 피해가 더 심했다”며 “당국이 지난 2011년부터 재해예방 공사를 벌이고 있어 장마철에는 수문을 모두 열어 줄 것을 호소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이번주 수요일까지 비가 더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주민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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