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춤추는 숲

살사 댄스 팩토리라는 곳

옛날 맥주 공장 개조한 3층 건물 멜링담 33번가

한여름 저녁 그들이 춤춘다

타인의 손바닥에 자신의 손가락을 얹고

파트너를 바꿔 가며ㆍ

이 달이 환한 밤에

삐걱거리는 바닥 틈 달빛 스텝을 밟고

음악을 틀려면 창문을 닫아야 한다

이웃을 방해하지 않게

땀 흘리며 밤이 깊도록

파트너 없는 이는 글자 쓴 종이를 벽 위에 붙인다

제 이름 나이 키 춤의 수준

여자는 분홍색 종이에 남자는 하늘색 종이에

어떤 이는 흰 종이에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한 그 사람과

나는 한 시간 춤을 추었다

내 발자국을 따라 흔들리는 숲

검은 숲엔 가지 않았다

김이듬

경남 진주 출생

<포에지> 로 등단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파견작가로 독일베를린자유대학에서 강의

시집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베를린, 달렘의 노래> ,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

제1회 시와세계작품상ㆍ제7회 김달진창원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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