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속 골프장은 야간에도 ‘나이스샷’

최악의 전력난 공무원·시민은 땀 뻘뻘 흘리는데…
 ‘불야성 골프장’ 에너지 절약 ‘남의 일’

경인 144곳 골프장 상당수

한밤에도 대낮같이 불 밝혀

클럽하우스는 개문냉방까지

사상 유례없는 전력대란으로 공공기관과 시민들이 냉방기 가동을 중지하고 절전에 동참하고 있지만 경기ㆍ인천지역 상당수 골프장들은 심야에 대낮 수준으로 조명을 환하게 켠 채 야간 개장을 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21일 오후, 원자력발전소 1기가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정지해 전력수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

이에 전력당국은 올해 들어 세번째로 전력수급경보 2단계인 ‘관심’(예비력 300만~400만kW)을 발령하고 공공기관 비상발전기 가동 등 비상수급조치를 총동원했다.

그러나 경인지역에 있는 144곳의 골프장 중 상당수가 이같은 전력대란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버젓이 야간 라운딩을 하며 돈 벌이에 여념이 없었다.

20일 오후 8시께 남양주시 진접읍에 있는 광릉 포레스트 컨트리 클럽.

“나이스 샷, 많이 늘었는데?” 고요한 골프장 속 귀뚜라미떼의 합창소리 사이로 골퍼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대략 5~6명에 불과했지만, 이 골프장이 운영하는 18홀 300여개의 조명들은 필드를 환히 비추고 있었다.

이 골프장은 손님이 거의 빠져나간 밤 9시15분께 필드의 일부 조명과 주차장까지 소등하고 30분 뒤 클럽하우스 실내까지도 조명을 껐지만 필드 절반의 조명들은 밤 10시40분께 까지 켜져있었다.

조명에 대해서 묻자 이 골프장 관계자는 “보통 손님들이 나갈 때까지 조명을 켜고 있다”면서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공문을 통해 정식 인터뷰를 요청하라”고 취재진을 밀쳐냈다.

같은 날 밤 9시께 찾은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은 아예 인천국제공항의 야간 활주로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특히 냉방시설이 가동되고 있는 클럽하우스는 정부의 단속을 비웃듯이 출입문을 활짝 열어 놓고 개문냉방까지 하고 있었다.

이 골프장은 최근에는 한 코스당 40팀씩 모두 80팀이 꽉 찰 정도로 연일 만원사례다.

연수구 송도동 347번지 송도 LNG기지에 자리 잡은 오렌지듄스골프클럽도 지난 5월 말부터 하루 35팀씩을 운영하는 야간 개장을 시작했다.

오후 8시30분께 칠흑 같은 어둠에 갇힌 인천 LNG기지를 지나자 대낮처럼 밝은 골프장이 한 눈에 들어왔으며, 화려한 조명은 밤 11시까지 이어졌다.

밤 9시께 찾은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봉무리 한화플라자컨트리클럽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로 50여m 간격으로 줄지어 세워진 조명등에서 눈이 부실 정도의 불빛이 뿜어져 나왔다.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코리아퍼블릭CC도 야간라운딩이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주말에는 새벽 1시, 평일에는 자정까지 운영하면서 매일 밤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인근 골드CC도 오후 8시30분에 모든 경기가 끝났음에도 밤 10시가 넘도록 불을 켜두고 있었으며 태광컨트리클럽도 회원용 홀과 퍼블릭 홀을 가리지 않고 야간 라운딩이 이뤄졌다.

특히 용인지역의 경우, 28곳의 골프장 중 40%에 달하는 11곳이 야간 라운딩을 하고 있었다.

골프장이 전력대란을 외면한 채 야간개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관공서 등 공공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각 가정에서도 전력을 아끼기 위한 국민적 참여가 계속됐다.

21일 오전 경기도 북부청은 한창 일할 시간임에도 형광등 절반을 소등한 채 어두운 사무실에서 공무원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현재 북부청은 에너지 절감을 위해 ‘주간 50% 점등, 중식시간과 야간 및 휴일 일괄 소등’을 하고 있다. 또 공무원들은 일상생활에서 최대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자 자체적으로 △실ㆍ과 커피포트 사용금지 △4층 이하 승강기 사용 안 하고 걸어다니기 △사무실 단열필름 및 에어캡, 절전기 사용 등의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남양주시청 공무원들 역시 실내온도가 33도를 가리키고 있으나 부채질과 쿨 타올로 더위를 이겨내며 업무에 열중이었다.

남양주시의 한 직원은 “민원인과 직원들의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공무원들이 마찬가지 아니겠냐”며 “전력 위기상황에 솔선수범하는 것도 공무원의 몫”이라고 말했다.

지방종합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