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간 조명 켜 놓고도 ‘뭐가 문제냐’는 골프장들

본보 취재진이 경기ㆍ인천 지역의 골프장을 둘러봤다. 야간 조명 사용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예상대로 불야성이었다. 20일 오후 8시, 남양주시 진접읍 광릉 포레스트 컨트리클럽은 18개 홀 300여개의 조명을 켜놓고 있었다. 조명은 밤 10시 40분께서야 꺼졌다. 용인시 기흥구 코리아 퍼블릭 CC는 주말 새벽 1시, 평일에는 자정까지 야간 조명을 사용하고 있다. 연수구 송도동 오렌지듄스 골프클럽도 하루 35개 팀을 위해 밤 11시까지 조명을 사용한다.

문제는 야간 조명 사용에 대한 골프장 측의 이해 못 할 당당함이다. 포레스트 컨트리클럽 관계자는 본보 취재진이 조명 운영 실태에 대해 묻자 “필요한 게 있으면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하라”며 밀쳐냈다. ‘블랙 아웃’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부채로 여름을 나는 공직 사회나 누진세 적용이 무서워 열대야에도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일반 가정의 입장에서 보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다. 골프장들의 당당함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2011년 재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절약 정책의 일환으로 골프장의 야간 조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해 골프장 측이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정부는 패소했다. 재판부는 사용시간대가 하절기 전력수요 피크시간대가 아닌 점과 매출 감소 등의 이유를 들어 골프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정부는 아무런 제제 수단도 마련하지 못했다. 반면 법원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골프장들은 드러내놓고 야간 영업에 뛰어들었다.

지금의 전기요금은 전력 생산비의 85% 정도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15% 정도는 국민의 세금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전기요금 대비 생산성도 2010년 37조원의 전기요금으로 1173조원의 GDP를 생산했다. 32배다. 그런데 같은 기간 골프장이 사용한 전기요금은 128억원으로 6천억원의 매출을 냈다. 47배다. 즉 국가 평균보다 골프장의 전기 사용 수익률이 더 짭짤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엔 돈으로 계산될 수 없는 국민적 거부감은 포함하지도 않았다.

대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들의 자율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 본보 취재진의 결론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