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함께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얼굴엔 셀레임이 가득했다. 많은 가족의 동행은 ‘사람 살아가는 일은 다 비슷하다’는 것을 서로 바라보며 알게 해 주었고,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위로를 얻는 시간을 지냈다.
엄마들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도 배우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얼굴을 알고 지내기도 했지만, 살아가는 일이 바쁜 아빠들에겐 다른 가정의 아빠들을 만날 일이 많지 않았던 터이라 처음엔 서먹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서로 이야기도 나누며 프로그램에 즐겁게 참여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티없이 밝은 모습과 하늘로 날아가는 웃음소리는 모두의 기쁨이었다. 동행했던 자녀는 아주 어린 유아들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다양했다.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자녀를 보며 현재 국제결혼가정의 자녀를 포함해 외국인 이주노동자 가정의 자녀, 그리고 새터민 가정의 자녀까지, 다양한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성장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어려움에 생각이 닿았다.
유아기엔 가족들의 사랑 가운데 지내지만, 교육의 기회가 제공됨과 함께 공동체 생활이 시작되면서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존재라는 것을 감지하고 차별로 다가오는 차이를 아프게 겪어야 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국내 거주 외국인은 145만 명을 돌파했다. 또 국제결혼으로 인한 외국인 자녀 수는 19만 명을 넘어섰다.
교육부의 2013년 교육통계에서 국내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학생은 5만5천76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체 초중고교생의 0.86%로 지난해보다 8천813명(18.8%) 늘어난 규모다.
유형별로는 국내에서 태어난 국제결혼 자녀가 4만5천674명(81.9%), 외국에서 태어나 중도 입국한 국제결혼 자녀가 4천931명(8.8%), 외국인가정 자녀가 5천162명(9.3%)이었다.
인천의 외국인 자녀의 수는 9천552명으로 6세 이하 5천658명, 7~12세 2천453명, 13~18세 1천441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앞으로 다문화 가정 자녀 수가 더 늘어나고 교육제도 속으로 지속적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므로 교육적 관심이 요구된다. 다문화 가정 자녀는 소수집단의 구성원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와 이주노동자 가정 자녀는 법적 지위나 성장환경에서 많은 차이점을 갖는다.
또 현재 늘어나는 국제결혼 재혼가정의 중도입국 자녀의 수도 상승하고 있어 언어, 문화, 학습에서 어려움을 겪는 자녀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처럼 학령기 동안 이 나라에 체류하게 되는 자녀에 대해서도 이주 배경 여하를 불문하고 정상적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의 국제결혼 가정 자녀에 대한 논의는 시작에 불과하다. 다양한 유형의 가정에 자녀가 있는 만큼 그들에 대한 교육적인 측면에서의 접근과 방법의 고민은 평등한 인권의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현장인 학교에서 아이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와 교류가 이루어지는 교육현장은 누구에게 유용한 것인가?
그것은 세계시민 시대,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좋은 학습이 될 것이고 자산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이제 다양한 이주의 지구화 현상은 신 유목민 시대를 열었고, 우리의 해외 동포도 75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다문화 가정과 그 자녀의 문제는 어느 개인이나 상호이해와 평화, 평등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지닌 존재로 이해하고 수용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이다. 이 세계는 그와 함께 나타나고 사라진다. 모든 사람의 비석에는 하나의 세계사가 존재한다.’는 하이네의 말을 생각해 본다.
김자영 인천 부평구 다문화 가족지원센터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