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칠한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이 백구는 수원 금곡동에 자리 잡은 한 아파트 특정호수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앉아 있다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곤 한다.
반년 넘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아침 7시쯤이면 나타나는 백구의 눈에서 비치는 서글픔과 쓸쓸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 한켠을 저려오게 했다.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전해지는 이 백구의 사연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아파트에 거주하던 주인이 이사 가면서 버리고 갔다는 내용과 주인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밖으로 놀러 간 백구를 찾지 못해 생이별했다는 사연 등이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헤어진 주인을 향한 백구의 애틋한 마음을 모든 이들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렇듯 말 못하는 동물도 자신을 떠나버린 주인에 대한 아련한 정을 느끼며 마음 아파하는데 우리의 인간사는 어떨까?
인간사가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통속 소설의 단골 주제처럼 일상사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이별은 죽음이나 남녀간의 사랑 등 자연의 이치에 따른 것이지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이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이별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버림받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생존 그 자체가 외롭고 고통을 받는 피해자이다.
혼돈의 사회속에 실직과 빈곤, 이혼, 부모의 가출과 미혼모 등으로 버려지는 아이들이 해마다 전국적으로 8천여명에 달한다. 말 그대로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상당수의 아이가 세상의 풍파속에 무차별적으로 내팽개쳐지고 있다.
경기도내 아동복지시설(고아원 등)도 지난 2011년 163개소에서 1년만에 172개소로 많아졌으며, 이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도 2천700여명 선을 유지할 정도로 부모와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무책임하게 아이들을 버리는 이 사회의 풍토는 소중한 목숨까지 빼앗아버리는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혼자 키우자니 경제적 부담에다 보육시설을 통해 입양을 하자니 절차가 까다로운 관계로 부모 스스로 아이들을 살해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의정부에서 자신이 출산한 갓난아이 3명을 잇따라 버린 30대 여성은 아직도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의 전형적인 산물이다.
이 세상의 빛을 보기도 전에 부모에게 버림받고 목숨까지 잃은 영아들이 올들어 현재까지 150건을 훌쩍 넘어선 것은 이 사회가 얼마나 어린아이들이 살아가기에 어려운 조건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따라서 영유아 사건의 당사자가 대부분 미혼모인만큼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버리고 이들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진심 어린 보호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물론 혼자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사회보장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더욱이 지난해 8월부터 출생 신고를 의무화하고 입양절차를 강화한 입양특례법을 도입한 이후 오히려 입양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아동 유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입양특례법이 잘못됐다는게 아니라 홍보부족으로 인한 인식부족이 입양감소에 한몫하면서 영아유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삭막하고 살벌해진 사회분위기에 책임을 미루기에 앞서 하루빨리 영·유아 유기방지책을 심도있게 논의하자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이혼율,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라는 대한민국. 출근길 마주치는 금곡동 백구를 통해서 본 우리 사회가 참 부끄러워진다.
이용성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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