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의 건강검진 ‘지속가능성보고서’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건강위험의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과 걱정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래서 오늘날 건강의 위험요인과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함으로써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건강검진의 필요성과 효과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크고 작은 조직, 공동체 혹은 사회가 건강하지 못할 때 하나의 개체가 온전히 건강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의식이 지구공동체 차원에서 제기되고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구는 19세기 중반 산업혁명 이래 심각한 기후변화로 전례 없는 환경 재앙에 노출돼 왔다. 1972년 유엔은 환경이 배제된 경제개발은 지속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미래 세대가 사용할 자원이나 필요를 충족할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현 세대의 필요에 부응하는 발전이며 이는 곧 경제성장과 사회통합, 환경보전이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정의됐다. 유엔은 지속가능성장위원회를 창설했고(1992) 각 나라의 특성을 고려한 지속가능발전정책을 요청했다(2012).

이런 시대적 과제와 요구에 따라 세계적인 세계 각국의 수많은 기업들과 공공기관이 스스로의 지속가능 역량과 성과를 평가한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2003년 이래 기업을 중심으로 약 500여개 기관이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냈다. 2013년 인천은 광역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보고서를 발간한다. 인구 300만의 도시정부, 인천의 지속가능성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국가는 더 이상 그 구성원을 대표하는 균일한 단위체가 아니다. 인류의 과반인 33억 명이 도시에서 삶을 영위하는 21세기에 개인의 삶이 자기 완결적으로 영위될 수 있는 최적의 단위체는 분명 ‘도시’다. 지난 2010년 ‘더 나은 도시(better city), 더 나은 삶(better life)’을 주제로 열린 상하이엑스포는 ‘도시의 시대’가 갖는 문제의식을 함축한다.

도시의 진화는 인류에게 풍요롭고 편리한 삶의 조건을 계속 개선해 왔다. 반면에 사람과 자원의 집중을 가속화했고 인구와 주택, 에너지와 환경, 빈곤과 보건, 복지와 교육 등 도시문제를 광범위하게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안전하고 윤택하게 보장하기 위해 도시는 스스로의 문제를 진단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해 왔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도시의 지속가능성은 한편으로는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넘어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진단하는 바로미터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개개인의 삶을 가장 현실적으로 규정하는 조건이기도 한 것이다.

사실 지속가능성보고서는 작성할 의무도 없고 작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떤 불이익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내는 것은 벽을 문으로 만드는 하나의 실천이다. 호주 멜버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웨덴 스톡홀름, 스위스 취리히, 오스트리아 비엔나 그리고 독일 본이 내는 보고서는 이들 도시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를 드높인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머서(Mercer)나 이코노미스트(Economist) 보고서는 이들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혹은 가장 경쟁력 있는 도시로 손꼽고 있다. 인천의 첫 보고서는 부족한 점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창대한 미래를 준비하는 소중한 실천이다. 그 시작을 미미하다고 폄하할 수는 없는 이유다.

김상섭 인천시 환경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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