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잠시 머무르는 휴게소 정치는 이제그만

# 2년 6개월전인 2011년 427 분당 보궐선거에서는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후보와 손학규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다. 거물들의 빅매치였기에 분당 주민뿐만 아니라 전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빅매치 당시 강 후보는 선거기간동안 분당에서 15년간 살았다는 문구가 새겨진 어깨띠를 매고 분당주민인 것을 강조하며, 분당의 자존심을 지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손 후보는 분당출마는 국회 의석을 하나 더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켜 변화의 방향을 분당주민에게 알리는 것이라며 출마했다. 분당주민들은 손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지역 연고가 없는 손 후보의 출마를 두고 논평을 통해 “지역구마저 이리저리 옮기는 모습은 역시나 철새 정치인 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또 분당은 손 후보가 목적지로 가기위해 잠시 머무르는 휴게소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개표 결과 손 후보는 4만1천570표로 51%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3만9천382표로 48.31%의 득표율에 그친 강 후보를 따돌리며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그러나 손 전 대표는 1년 뒤 19대 총선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분당주민들은 손 전 대표의 불출마를 두고 어떻게 생각했을까.

결국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의 전하진 의원이 민주통합당의 김병욱 후보를 10%p의 큰 격차로 누르고 의원 배지를 달았다. 분당 표심이 1년만에 뒤바뀐 것이다. 후보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나라당이 주장했던대로 손 전 대표가 분당을 이용했다고 생각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 한달 뒤인 오는 10월30일 화성갑과 포항남ㆍ울릉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초미니선거이기에 조용하게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던 선거였지만, 시끌벅적해지고 있다.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의 별세로 치러지는 화성갑 보궐선거에서는 고희선 의원의 아들 고준호 농우바이오 전략기획실 리스크관리팀장(32),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회 전 의원(57),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70) 등 5명이 공천을 신청했으며, 당 후보 결정만 남겨 놓은 상태다.

거물 정치인인 서 후보가 화성갑에 뛰어들면서 예선이 본선보다 어렵다는 얘기가 돌고, 후보들간에 비난전이 심화되고 있다. 단순히 서 후보가 거물 정치인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김성회 예비후보는 서 후보에게 “화성에 단 한달이라도 살아봤느냐”라며 맹비난하고, 화성갑 당원협의회 소속 일부 시의원 등도 ‘시대흐름과 지역정서에 역행하는 묻지마식 공천신청을 철회돼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역정가에서도 서 전대표는 서울 동작에서 5선을 지냈고, 18대에는 친박연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지만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구속되면서 의원 배지를 내놓은 전례 등을 들어 화성 입성에 반대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서 후보측은 외갓집이 화성과 깊은 인연이 있는 점과 공천을 받아 당선되면 지역의 숙원사업을 위해 열심히 예산을 따와서 은혜를 갚겠다고 밝히고 있기도 하다.

손 전 대표가 2년전 분당에 이어 민주당 후보로 화성갑에 나온다면 새누리당은 어떤 논평을 낼지 자뭇 궁금하다. 또한 새누리당 후보 공천 심사에서도 같은 잣대로 볼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말로만 지역을 위한다, 국민을 위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지역주민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면밀히 살필 수 있는 지역일꾼을 뽑는 것이 국민에게 주어진 권리임이 명백해지고 있다.

정근호 정치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