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2㎝의 미학, 그리고 경기도

추석을 앞두고 잇몸이 부었다. 연휴 전날에는 붓기가 최고조에 이르러 거의 2~3cm가 됐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즐거운 덕담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부은 잇몸 때문에 아무것도 즐기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신경이 곤두설 대로 서 온갖 짜증이 집중됐고, 통증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니 컨디션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치료행위를 제외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다.

다행히 연휴가 시작한 날에 붓기가 가라앉자 영양보충과 더불어 맛있는 음식을 향유할 수 있었다. 신체리듬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내 몸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 내 온몸을 지배했고, 아픈 증상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행위가 뒤따랐으며, 증상이 회복되자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했던 것이다.

2013년 하반기 세수부족으로 인한 경기도의 재정상황이 매우 힘들고, 이러한 현상은 2014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획기적인 대안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예측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태가 지속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재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가장 약한 부분에 대한 지원이 축소되거나 없어진다면 그로인한 사회적 통증은 우리사회 전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세계적 대공황시대에 구미 선진국들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인체와 비슷하게 우리 사회는 유기체적 생물에 가깝다. 가장 약한 부분에서 사회적 통증이 유발되고 이를 치유하는 것을 등한시하면, 사회 전체로 퍼지게 되며 결국 머지않아 더 큰 댓가를 치르고서 회복시켜야 한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도에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 것임을 도민 대부분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절감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은 더 증액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사회경제적 위기상황에서 가장 많이 힘들 대상은 사회적 약자이기에 이들을 위한 예산과 지원이 감액되거나 없어진다면 이들은 곧바로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사회구성원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망 구축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졌다고 본다. 경기도의 창조적인 정책실현과 제도 설계로 부족한 예산이나마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지속되기를 바래본다.

양희택 경기복지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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