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환율 움직임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요즘 지인들을 만나면서 부쩍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원화 환율이 연일 하락함에 따라 기업의 경영자들뿐만 아니라 자녀들을 해외에 보낸 학부모들까지 환율변동에 민감해진 것이다.

지난 5월22일 버냉키 미국 FRB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언급 이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던 원화 가치가 6월 이후 9.24일 까지 오히려 4.9%나 상승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와 인도의 루피아화 가치가 각각 14.3% 및 9.8% 하락했고 브라질 헤알화, 태국 바트화 등의 가치도 각각 3%대 초반의 하락률을 기록했으므로 원화와 신흥국 통화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심화되고 있다.

그럼 왜 유독 원화 가치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지속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각국의 경제상황과 외국인투자자금의 동향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 유지하면서

우선 실물경제의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경상수지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의 금년중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사상 최대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미국, 중국, 유로국가들의 경기 회복으로 내년 이후의 경상수지 흑자전망도 매우 긍정적이다. 이는 최근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GDP의 3~5% 까지 확대되고 있는 신흥국들과는 차별적인 것으로 원화 환율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금이 순유입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원화 환율 하락요인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계기로 그동안 순유입 되던 외국인투자자금이 순유출로 전환되면 환율이 상승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6월 이후 외국인투자자금은 우리나라의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성과를 배경으로 순유입 되고 있다. 신흥국들도 순유입 규모가 줄었을 뿐 아직까지는 외국인투자자금이 순유출 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신흥국에서 환율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금 순유입 규모를 뛰어넘는 경상수지적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다 각국 외환시장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시기를 둘러싸고 투기적 거래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 외환시장에서는 금년 7~8월중 환율 상승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주체가 비은행 민간 투자자(개인, 기관투자자 등)들이었다. 수입대금 결제 목적 이외에도 투기적 거래 목적의 외환수요가 많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 앞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적으로 실행될 경우에도 최근과 같은 원화 환율의 디커플링이 유지될 수 있을까? 금융위기 이후 순유입된 외국인자금(차입 및 증권투자)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1/3 수준에 달한다는 분석을 보면 안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금년 8월 이후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순유출로 전환된 점과 2006~2007년중 국내 외환시장에서 경험한 바 있는 투기적 외환거래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국환은행 선물환포지션 한도 제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국환은행에 외환건전성부담금 부과 등 다양한 조치들을 시행했기 때문에 이들 조치들이 어느 정도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규모의 자금유출이 발행할 경우 환율은 상승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외환시장 안정조치 준비해나가야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경상수지의 흑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외국인투자자금의 유출입 동향 등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외환시장 안정조치들을 준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정부와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펴는 것과는 별도로 개인이나 기업들도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해 뇌동매매를 하거나 정상적인 헤지 범위를 넘어서는 투기적인 쏠림거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2007~2008년중 경험했던 엔화대출 및 키코거래로 인한 아픔을 다시 겪지 않도록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명희 한국은행 경기본부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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