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술과 어머니

문동 저수지에서

점심때가 되어

삼거리에서 받아온

막걸리 한 잔을 놓고 보니

삼거리는 어머니에게

태어나 아홉살이 되도록 사시던

친정이어서

어머니 생각에

술 한 잔을 비웁니다

어머니의 친정

어린 날의 추억이 깃든

외가가 지척인데

저는 이방인처럼

겉돌아 가고 있습니다

통밀 맷돌에 갈아서

쑥잎 얹어

삼베 보자기에 누룩을 딛고

그 누룩 띄워서 술을 담고

항아리 넘치게

술 익는 소리

어머니의 힘든 세상이

오늘은 아름답게도 그립습니다

그리워서 제가 취하고 말았습니다

최영희

경남 거제시 출생.

1988년 마로니아 백일장 장원.

<한국시> 로 등단.

시집 <정오의 날개> <푸른 스케치북>

<봄낳이>

한국문인협회ㆍ한국현대시인협회ㆍ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

거경문학ㆍ모시올ㆍ화요문학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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