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배려와 양보가 필요한 사회

지난 여름 대만에서 열린 제26회 국제청소년물리토론대회에 다녀왔다. 이 대회는 국가별로 5명의 고등학생이 팀을 이뤄 주어진 17개의 자연현상을 탐구하여 엄격한 규칙에 따라서 영어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국제대회다.

처음 이 대회에 참가하였을 때, 한국팀 개개인은 잘하지만 전체적으로 뭔지 모르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불안감을 떨쳐 버리고 대회를 즐길 수 있었다. 이는 오랜 대회참가 경험으로 경기 룰에 익숙해진 면도 있지만 과거보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유대감을 강화한 상태에서 팀원 서로의 능력을 믿고 대회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대회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외국학생들이 경기장에서는 삼성과 LG의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경기 후 모임에서 즐기는 싸이의 말춤 등에서 우리가 대단하다는 자부심도 큰 도움이 되었다.

30년 전 유학시절 TV를 사러 미국 도시의 상점에 갔을 때, 금성사의 13인치 골드스타 TV가 매장의 귀퉁이에 초라하게 놓여있던 모습을 본 나로서는 각종 첨단전자제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현재의 우리나라가 그저 자랑스럽다.

대기업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을 방문해도 직원들이 자기 회사의 주력제품을 자랑하고 외국 제품과 비교한 우수성을 설명하고, 향후 회사의 국제화 계획과 미래비전들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만나는 회사원 개개인, 노래하고 연기하는 연예인 개개인, 외국에 나와 있는 한국인 개개인 모두가 전문가 같이 느껴진다. 이제 한국사회 전체가 누구와 경쟁해도 밀리지 않는 다양한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우리나라의 놀라운 발전은 서울올림픽 개최시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느껴진다. 그 당시 축적된 산업화 역량과 민주화 의지가 갈등을 겪었지만 조화를 이루었고, 한번 해보자는 정신과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우리국민의 근면성과 창의성을 북돋아 주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루어낸 성취에 대한 자부감과 함께 경기에 참여할 때 느꼈던 일말의 불안감이 남아 있는 것은 왜일까?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준비를 잘하고 있는 것일까?

짧은 시기에 이룬 우리의 성취는 그룹간, 개인간에 나타난 경쟁의 후유증을 남겼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회에 살면서도 상대적 박탈감으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도래하는 고령화시대로의 진입에 따른 국가와 개인,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갈등도 증폭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일말의 불안은 증폭되는 사회적 갈등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타까움에 기인하는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하여, 우리의 후손을 위하여 사회적 불안 요소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불안요소를 치유할 전문가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들의 의견을 수합하고, 분야별 전문그룹 간의 의견을 조율하여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해야할 때이다.

조율된 정책은 분명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힌 우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불안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사사로운 이익에 함몰된 시끄러운 목소리보다는 분야별 전문가 그룹들 간의 의견이 개진되고 조율되도록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지원해야 한다.

합의된 전문가의 정책이 우리 개개인의 배려와 양보를 통해 조속히 추진되도록 도와주어 우리사회가 지속적으로, 지금보다 더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사회로 발전하여야 할 것이다.

권명회 인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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