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법인세는 단일세율로 가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장기적으로 법인세율을 단일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법인세를 재벌세금으로 인식하는 우리 풍토에서 국가미래를 위해 용감한 발언을 했다.

법인세 정책은 국가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법인세 정책은 경제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국가미래가 있다. 그러나 우린 법인세를 재벌세금으로 생각한다. 재벌은 경제적 강자이면서 소수인 반면, 대부분 국민은 경제적 약자이지만 다수다. 재벌이 가진 돈 조금 더 뺏는 정책은 경제적 약자인 다수 국민에게 인기정책이다.

경제배분 구조에서 나타난 인간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집단이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분열의 정치를 해야 사적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다수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면, 그 합리성을 따지지 않는다.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국가미래에 해가 되는 정책도 경쟁적으로 도입하려는 집단이 정치인이다.

‘법인세=재벌세’라는 등식을 깨야

국가미래를 위한 법인세 정책을 펴기 위해선, 우선 ‘법인세=재벌세’라는 등식을 깨야 한다. ‘법인세는 궁극적으로 누가 부담하는가’는 재정학에서 60여년 동안 연구돼 온 중요한 연구과제이며, 결론은 단순명료하다. 법인세는 재벌이 부담하는 세금이 아니고, 국민 모두가 부담하는 세금이다. 재벌에 대해 배가 아프면 재벌이 부담하는 소득세를 올리면 된다. 우리의 소득세 부담구조를 보면 최고 상위층 1%가 전체 소득세의 43%를 부담하고 있다. 법인세는 재벌과는 별개의 세금이며 국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이다.

그래서 형평성이 중요한 정책목표인 유럽국가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은 단일세율의 법인세제를 채택하고 있다. 법인세를 국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으로 보면, 누진구조는 논리에 맞지 않다. 그러나 우린 두단계였던 법인세율 구조를 작년에 세단계로 바꿨다. 잘 나가는 재벌에 대해 더 높은 세금부담을 시킨다는 논리다. 높아진 세금만큼 주주, 종업원, 소비자, 자본가 등에게 전가된다는 경제적 논리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정학이란 학문은 세금에 대한 피상적 논리가 아닌, 경제적 의미를 알려주는 학문이다. 한국에선 재정학 전문가들의 논리가 전혀 먹히지 않는다. 법인세는 법인이 부담하는 세금이고, 법인 중에서 강자는 재벌이므로 법인세를 누진구조로 강화하는 것이 옳다는 선동꾼들의 논리가 더 잘 먹힌다. 법인세가 단순히 논리상 진영을 가르는 정책이면 어떤 방향이라도 문제없다.

그러나 법인세는 국가경제의 미래를 결정한다. 우리 경제미래가 나빠지기를 원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법인세를 재벌세로 인식하고 누진구조로 강화하면 할수록 좋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파급되고, 그 틈새에서 정치인들이 선동하고 정치적 이권을 챙기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암울하다.

세계는 경쟁전쟁 중이며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법인세는 다른 세목과 달리 국제간 세율인하 경쟁이 치열한 세목이다. 그래서 법인세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우리의 법인세율 정책도 이러한 국제조류를 따랐다. 지난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정책도 재벌에 특혜주기 위함이 아니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부자감세가 아니고 감세해서 국민들이 부자되자는 ‘감세부자’가 옳은 표현이다.

법인세 인하는 특혜 아닌 ‘경제회생’

심지어 형평을 강조했던 노무현 정부조차도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일본의 아베정권은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 혜택을 줄이고 소비세율을 인상하려 한다. 그러나 법인세율은 오히려 인하하려고 한다. 법인세가 국가경제에 주는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다른 선진국가들에 비해 너무도 편협되고 왜곡돼 있다. 이제 우리도 법인세를 단일세율로 바꿔야 법인세를 통해 재분배를 달성하려는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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