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주체 역시 공공은 물론 민간단체와 법인에 이르기까지 지역사회 내 다양하게 생성돼 각자의 계획에 의거해 다양한 복지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풍요로운 복지주체의 생성과 서비스 수행이 시민 복지서비스의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혜자 입장에서 다양한 서비스의 제공이 만족으로 느껴지기 위해서는 제공 주체들 간의 협력적 연계가 필요하다.
몇 해 전 아버지의 폭력으로 아내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때 아버지가 수감된 후 남겨진 다섯 남매를 지역사회가 돌봐야 하는 긴급한 상황이 벌어졌다.
공공기관에서는 아동들의 나이에 맞는 아동 양육시설을 알아보고, 신속하게 보호가 이뤄지도록 조치하는 것을 목표로 긴급하게 대응했다. 아동들의 나이에 따라 3개의 시설로 분리해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력을 동원하고, 자원정보를 탐색해야 했다. 또 같은 시점에 3개의 시설에 보호 될 수 있도록 시설을 설득하고, 필요한 문서를 마련하는 등 행정적으로 대응하는 바쁜 과정을 통해 아동들 모두 양육시설로 무사히 보내졌다.
반면 민간기관은 아동들이 받았을 심리적 충격을 치유하고, 형제간의 우애와 화목한 가정에 대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역 내에서 함께 보호할 수 있는 자원을 찾는 것을 목표로 대응했다.
마침 그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고모의 존재를 알게 됐고, 고모를 설득해 양육을 결심하게 만들고 지역의 상담기관의 지원과 후원자 자원봉사자의 순차적 연결로 아동들이 엄마와 아빠가 없는 가운데도 잘 성장하도록 지원하고자 했다. 그러나 고모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아동들이 3개의 양육시설로 나뉘어 보내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해당 민간기관은 계획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 두 주체 간의 계획과 노력은 아동 입장에서는 선택사항이 아니었으며, 순서와 우선순위가 있었을 뿐 모두 필요한 서비스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공공과 민간 주체가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채 각자 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민간의 서비스 계획은 아동들에게 적용되지 못했다. 지금 5명의 남매는 자신들이 왜 갑자기 뿔뿔이 흩어져 낯선 곳에 있는 이유를 알고 있을까? 이 아이들은 아버지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며, 어떤 아버지 모습을 가슴에 담고 성인으로 성장할까?
사건은 종료 됐으나, 아직도 끝나지 않은 문제가 남아있다. 공공과 민간의 계획이 적절히 접근했다면, 아동들이 보다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됐을지도 모른다. 이 사례를 교훈삼아 인천시와 10개 군·구 기초단체를 중심으로 권위적 상하관계나 갑과 을의 계약적 관계가 아닌 공공과 민간기관들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권장돼야 한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개인과 가족의 문제는 흔치 않다. 이제라도 뿔뿔히 흩어진 아이들을 위해 공공과 민간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서비스계획을 수립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조현순 경인여자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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