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아빠와 아이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아빠 어디가’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방송시작이 올 초부터였으니 1년이 채 안됐지만, 방송하는 사이 아이들은 부쩍 커서 시작할 당시 아기 같았던 모습에서 많이 의젓해져서 볼 때마다 절로 웃음이 난다.
한편 아이들을 어떻게 돌봐야할지 몰라 쩔쩔매던 아빠들이 척척 밥도 해서 먹이고 옷도 갈아입히고 대화도 이어가는 것을 보면 내 가족의 성장을 보는 듯 흐뭇해진다.
젊은 아빠들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세대 간 차이가 있어 자녀를 대하는 양육태도에 다른 모습들을 보인다. 부양자로서 훈육하며 간접적이고 수동적인 역할 참여를 해온 전통적인 아버지와 평등한 가치관을 갖고 부양자이며 돌봄자로 자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교육, 놀이 등 돌봄에 참여하며 눈높이를 맞추는 새로운 아버지가 함께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아빠들의 서로 다른 가치관과 태도만큼 아이들의 모습도 다양한 개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가수아빠를 둔 ‘후’는 구김살 없고 긍정적인 성격이 귀엽기도 했지만, 예사롭지 않은 언어 구사 능력을 보면서 엄마 아빠가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며 평등한 관계에서 대화를 하며 지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 천진난만한 ‘준수’는 다른 친구들처럼 한글은 깨치지 못했지만, 당당한 모습으로 씩 웃는 순수함이 일품이다.
선비 같은 ‘준’이는 조용하고 과묵하나 예의가 바르고 진지한 모습이 아버지의 캐릭터와는 사뭇 달라 흥미롭기도 했다.
이렇게 미디어를 통해 비춰지는 아버지의 양육 참여와 가족을 돌보는 모습의 변화는 아마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많은 가정에 새로운 아버지 역할을 기대하는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은 바로 부모의 양육 태도나 환경에서 나온 것일 테니 자녀의 인격형성과 성장에 부모라는 토양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아쉬웠던 점은 일반가정의 엄마들이 고민하는 일과 가정 양립의 문제, 맞벌이 부부의 평등한 가족 돌봄의 가치 전달까지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가정에선 가족의 돌봄노동에서 돌봄의 사회화로 가족생활의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부양과 돌봄의 역할을 나눠 맡았던 산업화시대로부터 이제 신자유주의의 경쟁 속에 가족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맞벌이라는 전략을 세운 가족은 자연스럽게 여성의 사회참여가 증가하고 남성은 단독부양자로서의 지위를 잃게 됨과 동시에 돌봄에 참여하게 되며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해가고 있다.
돌봄노동의 사회화가 진행되도 자녀양육의 문제는 부모의 가치관에 따른 양육방식에 따라 자녀의 인격형성과 사회성,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앞서 필요한 것은 가족이 기능할 수 있는 여건을 사회가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가족과 사회의 돌봄이 모두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모성보호와 출산휴가, 육아휴직의 정상적인 운영이 필요하고 그것이 일방적으로 여성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동일하게 고민돼야 한다. 출산과 육아는 가족정책과 인구정책에 있어 기본요소다. 또 아버지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는가 하는 것은 가족정책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아버지의 적극적인 돌봄 참여를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여성보다 공적영역에서 많이 활동해온 남성이 돌봄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사적영역에서 수행해 가면서 공적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로 확산할 수 있길 바란다.
물론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정책 또한 함께 고민해야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김자영 부펑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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