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바람이 인다

저녁 바람이

휘익 가슴팍에 와 안긴다.

흔들릴 잎새 하나 남지 않은

가로수들이

바람은 내 깊은 몸 안에서

불어오는 것이라고

귀띔한다.

어린 떡잎이 틜 때부터 죽어

고사목이 될 때까지

오직 건너편 쇼핑몰만

바라다 보아야하는 나무들이 내게

잊혀진 별들의 소식을 전한다.

어느 가지에선들

별이 뜨지 않았으리.

화단의 검은 목련가지 깊숙한 곳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베란다 창문 끝에

매달린 차디찬 겨울달빛

가슴 가득 잃었던 별을

한 움큼 담고 싶다.

휑하니 뚫린 가슴 사이로

바람이 인다. 

이진숙

충북 청주 출생.

<시조생활> <예술세계> 로 등단.

시집 <하루가 너무 길다> <창 너머엔 노을이, 가슴 속엔 사랑이> .

대통령포상 국민훈장 ‘목련장’ㆍ 시천시조문학상 수상.

국제PEN한국본부ㆍ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ㆍ예총예시작가회ㆍ현대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성동지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