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10년 11월 23일 기억하며…

깊어가는 가을, 가을 색이 완연한 11월의 주말 고속도로는 가을 단풍여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국립이천호국원도 빨갛고 노란 단풍으로 가을이 물들었고, 많은 호국유공자 유가족과 인근 지역주민들은 호국공원에서의 막바지 가을정취를 느끼며 다녀갔다.

하지만 3년 전 11월 23일 서해 연평도 작은 마을에서는 빨갛게 타오르는 가을에 즐길 수 없는 검붉은 연기와 포탄소리로 악몽같은 날이 되고야 말았다.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 경, 북한은 대한민국 국군과 주한 미군의 육해공 연합 호국훈련을 트집 잡아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 도발을 자행했다.

당시 해안포와 곡사포로 추정되는 포탄 170여발로 인해 화염과 검은연기가 연평도의 온 하늘을 뒤덮었고, 당황한 주민들의 모습이 뉴스 속보로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던 하루였다. 공포 속에서도 우리 해병장병들은 연평도 주민들의 신속하고 안전한 대피를 위해 절반 이상이 직접 나서 군인본분을 다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해병장병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부상,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이는 1953년 정전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영토에 포격을 가해 국민의 생명과 젊은 우리 해병대 장병의 목숨을 앗아 가버린 사건이었다. 이를 포함, 정전협정 이후에 계속된 북한의 도발은 김신조 청와대 습격사건(1968.1.21), 대한항공 국적기 납북사건(1969.12.11), 3차 핵실험(2013.2.12)에 이르기까지 42만 5 천건에 이른다.

포탄이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도 투철한 군인정신을 발휘해 국방의 의무를 다했던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목숨을 잃은 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니 정전 이후 무수한 북한의 도발이 자행돼 오는 지금 이 순간까지 우리가 이러한 안보현실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을 해봤는지 반성해 봐야한다.

우리는 우리나라가 처한 특수한 안보 현실을 냉엄히 직시해야 한다. 안보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우리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다한 분들의 희생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조국이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우리가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연평도의 아픔이 더 이상 그들만의 아픔이 아니라 내 문제라는 인식을 모두 같이 해야 할 것이다.

독립유공자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말씀하셨으며,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고 외치셨다.

역사는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현재 처해진 종전이 아닌 정전국가임을 정확히 직시하며 자신들의 판단에 국가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안보현실을 정확히 직시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필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월드컵, 올림픽 등이 있을 때에만 “대한민국!”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온 국민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전진 할 수 있는 민족정신을 보여야 할 것이며, 언제라도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칠 수 있도록 나라사랑 정신과 안보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나라사랑 정신과 안보의식이야말로 지금껏 우리가 누려온 평화와 번영의 대한민국, 우리의 새로운 미래, 후손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이다.

2013년 11월 23일 토요일,

11월의 여느 주말이 아닌, 과거를 생각하며 이날 하루라도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며 그 정신이 후대에도 계승될 수 있도록 가슴 속에 깊이 새길 수 있는 날이 되길 소원해 본다.

박주병 국립이천호국원 전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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