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관동별곡에서 배우는 교훈

필자가 6대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당시 경제투자위원회에서 상임위 활동을 할 때였다. 한 번은 한 관련기관 행정감사 때인데 오전의 감사장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했다. 오후 감사가 시작되면서 발언을 신청했다.

간단한 서두와 발언과 함께 ‘강호애 병이 깊퍼듁님의 누웠더니...(중략)’로 시작되는 과거 고등학교 때 배운 송강(松江)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하면서 일할 때 쓴 관동별곡을 읊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양강 나린 물이 어드러로 든단말고….(중략)’를 이어갔다. 감사장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을 지는 충분히 상상이 될 일이다.

그 때 관동별곡을 떠올렸던 것은 이 가사에 나오는 ‘회양 네 일홈이 마초아 가탈시고 급댱유 풍채를 고텨 아니 볼게이고’라는 대목의 급댱유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기억컨대 글 속의 급댱유는 그가 중국 어느 나라에서인가의 관리로서 중앙의 고위직에서 일을 했었고 말년에 자신의 고향 작은 마을에 내려와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직위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고향 마을에서도 열심히 일했다고 급댱유에 대해서 전해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정철은 관동별곡에서 급댱유를 본받아 관찰사로서 성실히 일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던 것으로 판단이 된다. 공교롭게도 그 행정감사 때 피감 기관장이 과거 정부의 고위직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분이어서 급댱유가 언급된 관동별곡이 생각난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10여 년 전의 일이 새삼 떠오른 것은 아마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8 여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와 국회 그리고 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들이 너무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견임을 전제로 하지만 정치권은 지금 국정(國政)은 간 데 없고 정쟁(政爭)만이 판을 치고 있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글의 제목을 ‘관동별곡에서 배우는 교훈’이라고 정한 것은 이 글의 또 다른 한 귀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한 귀절은 정철이 한 마을에서 보고 느낀 것을 적은 것인데 ‘음애예 이온풀을 다 살와 내여사라’이다. 직역을 하자면 그늘에서 시들어버린 풀들을 다 살려내야겠구나로, 현대적 의미로는 살기 힘든 백성들 모두를 다 잘살게 해야겠구나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들이 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제정치권은 정쟁을 당장 멈춰야 한다. 그리고 민생을 살피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유치한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지만 정치권은 지금 우리의 이 현실을 아주 냉정히 판단하여 우리가 앞으로 미래에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아주 원초적인 문제에 대하여, 그리고 이에 대비하여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국민 모두에게 충분히 답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정부와 국회 그리고 정치권 모두가 자신들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히 할 것을 거듭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김태웅 前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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