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로 들어가 이 센터에 대한 소개와 진행 사업에 대한 동영상을 시청했는데, 자원순환센터의 역할은 우선, 생활폐기물의 배출과 수집, 운반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업무였다. 그 이외에도, 사업장 폐기물의 관리, 폐기물 처리업소의 인·허가 및 지도를 맡고 있었다. 앞서 오는 길에 보았던 매립시설, 그 옆에 있던 파쇄 및 압축 포장시설,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과 재활용 선별시설까지 이 네 시설들이 자원순환센터를 이룬다.
그 중에서 우리가 있는 이곳,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에 일단 각종 폐기물들이 도착하면 나름의 변신을 시작한다. 먼저 음식물 쓰레기가 변신하여 만들어진 부숙 유기질비료, 간단히 말해 퇴비가 탄생하고, 재활용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쓰레기들도 SRF(고형연료)로 새롭게 태어난다. SRF의 주성분이 비닐이기 때문에 석탄이 1kg 당 7,000kW의 에너지를 낸다면, SRF는 1kg당 5,000kW의 에너지를 낸다고 한다. 쓰레기에서 그렇게 높은 효율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니! 쓰레기를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부피가 줄기 때문에 처리하기도 수월하다. 개인적으로 에너지 자원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특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누군가에게는 가치가 사라진 폐기물을 연료로 새롭게 재탄생시키고, 그러면서 동시에 그것의 부피를 줄일 수 있게 되니 이걸 두고 일석이조라 하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자원 ‘순환’ 센터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던 순간이었다.
설명 및 질의응답이 끝난 후 본격적인 순환센터 탐방에 들어갔다. 계단을 통해 한 층 더 올라가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 산이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밖에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을 통해 연료화되기를 기다리는 폐기물의 양이 굉장히 많은데다가 하루에 들어오는 폐기물의 양이 평균 30t 이상이라고 한다. 커다란 쓰레기 산에서 기계에 쓰레기를 투입하면, SRF 생산 공정에서 연료화되는데, 자원순환센터라는 이곳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고 중요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을 감탄하며 모두 둘러본 후 밖으로 나왔다. 매립지가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폐기물 덩어리 그리고 침출수. 까맣게 죽어가는 땅.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매립지의 수명이 10년이 남아 저 초록비닐 폐기물 덩어리들을 SRF로 생산하려는 계획 중에 있다는 말을 들으며 나의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100년 안에 썩지도 않을 쓰레기의 대량 생산에 나도 한몫하고 있었구나. ‘남들보다는 절약하며 산다.’고 합리화하면서 나의 필요량보다 나의 욕구대로 소비했던 경험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환경문제에 대해 다루고 배웠지만 나는 이론적으로만 박식한 사람이었다.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에서 내려와 재활용선별시설로 들어갔다. 바깥은 병 모아 놓은 것들로 이곳이 어떤 일을 하는지 짐작하게 해주었고, 내부에는 역시 많은 재활용 폐기물들이 있었다. 분류가 진행되는 곳을 들어가서 보게 되었는데, 수작업으로 PETE, 초록색 플라스틱 병, 갈색 병, 유리병, 파지, 캔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분류되고 남은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들은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로 가져간다고 했는데, 분리수거가 이루어지지 않아 재활용쓰레기가 아닌데 선별시설에 와 있는 쓰레기들의 양이 상당했다.
재활용은 말 그대로 재사용이 가능한 것들에 붙는 이름이다. 한 번 쓰고 땅속에 묻히거나 혹은 소각되어 사라지는 것보다는 자원도 부족한 이 땅에서 가능한 한 많이 사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생각보다 사용될 수 있도록 분리 배출되는 양이 상당히 적었다.
모든 시설을 돌아보면서 나 자신을 반성했고 지구라는 우리별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길 가는 사람을 아무나 잡고 환경문제에 대해 묻는다면 모두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티끌모아 태산이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이번 견학을 통해서, 환경문제에 대한 우리의 접근은 절대 심오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작은 것부터. 남들도 그러는데 뭐! 하는 마음이 아닌, 나부터, 내가 어떻게 생활하고 실천하는 지가 환경을 보존하기도 하고, 환경 파괴를 가속화하기도 하는 것이다. 사고 싶은 물건을 쇼핑카트에 담을 때 이것이 내게 꼭 필요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하고, 쓰레기를 배출할 때는 꼭 분리수거를 하도록 해야겠다. 더 이상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방관자로 남지 말자. 환경 글짓기에서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그대로 글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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