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부 3.0에 대한 단상

새 정부 출범 이후 핵심 국정 패러다임으로 정부3.0이 강조되고 있고, 정부에서도 붐업 조성이 한창이다. 개방ㆍ공유ㆍ소통ㆍ협력의 4대 가치와 투명한 정부, 유능한 정부, 서비스 정부 등 3대 전략, 10대 중점 과제를 추진함으로써,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신성장 동력을 창출시켜 결과적으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든다는 것이 정부3.0의 비전이다.

전체적인 내용을 볼 때 공공데이터와 빅데이터 관련 과제를 제외한다면 의정부시가 그간 추진해 온 시정방침과 매우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시대적 흐름과도 매우 부합한다고 생각하니 반가운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의정부시는 정부3.0의 자체 계획을 수립하면서 ‘의정부3.0’으로 명명하였다.

특히, 공공데이터 개방과 빅데이터 활용은 여타 중점과제 중에서도 정부3.0의 가치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궁극의 과제라 생각하여 중점을 두고 추진할 것을 주문했고,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일자리 창출 등 관련 포럼 개최 등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민선5기 시장에 취임하면서 ‘희망도시 의정부’를 만들기 위해 시민을 위한 섬김행정, 민주를 위한 소통행정, 서민을 위한 복지행정, 혁신을 위한 창의행정을 시정방침으로 정했다. 이 시정방침을 실현하기 위해 시장을 비롯한 1천여 공직자는 부단한 노력과 고민을 계속했고 그 결과 ‘청렴도시’, ‘평생학습도시’, ‘여성친화도시’, ‘가족친화인증기관’, ‘민원서비스 우수기관’으로 지정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보다 더 보람 있게 여기는 것은 소속 공무원들이 책 읽고 공부하고 연구하는 문화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고 이제는 어느 특정 사안에 대해 부서를 막론한 발전적인 토론이 큰 거부반응 없이 잘 적응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지금의 성과에 큰 밑거름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계에 오기까지 결코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취임 초기부터 시정에 대한 리포트 및 독후감 제출 등이 기존 조직문화에 적응된 공무원들에게는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제출을 꺼려하는 측면이 없지 않았으며, 조찬포럼도 생소하게 느끼는 표정이 역력했다.

정부3.0은 흔히 ‘과거 정부의 혁신이 외과수술이라면 정부3.0은 그런 수술 없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다시 말해서 정부3.0은 단기간에 완성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 공무원들이 업무를 추진하는 태도와 인식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으로 장기적 변화를 계획하는 것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본다면 정부3.0에 대한 붐 조성은 좋으나, 단기간 동안 강요된 성과는 조직 내외부로부터 인정을 받기가 힘들 뿐 아니라, 오히려 공무원의 피로감만 가중시킬 수 있다.

사실 직원뿐만 아니라 시장인 나도 취임 초기에는 시정방침의 가시적 성과에 목말라 한 적이 있었고 그것이 나를 선택한 시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여겼다. 어찌 보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안행부 등 정부3.0 관련 담당자들은 단기적 성과에 드라이브를 걸기 보다는 변화의 씨를 뿌리는데 중점을 두면서 추진에 대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시민들도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정부3.0을 비판하기 보다는 당분간 변화의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의연하고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3.0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나무를 심는 사람이나 열매를 기다리는 사람 모두 발묘조장(拔苗助長)의 교훈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해 본다.

안병용 의정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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