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중순 친척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랜만에 아내와 경기도 용인시를 다녀왔다. 가을걷이를 마친 들판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쓸쓸함이 감돌며 겨울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그렇게 지나가던 중 도시민을 위해 제공되었던 주말농장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잠깐 차에서 내려 둘러본 주말농장의 모습은 너무나도 황량했다. 농사가 끝난 농장은 각종 비닐과 비료봉투 등이 너저분하게 널러 있었고 농사용 폐자재가 바람에 여기 저기 뒹굴어 다니고 있었다.
지난 봄, 여름, 가을 동안 도시민들은 주말만 되면 가족과 함께 주말농장을 찾아 씨앗을 뿌리고 물과 비료를 주고 또 직접 수확도 해보며 기쁨과 삶의 활력소를 느꼈을 것이다. 아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흙도 만져보고 맘껏 뛰어다니며 놀았던 주말농장이 한해 수확물을 모두 거둬들였다고 방치해놓은 것을 보니 도시농부들의 안타까운 이기심의 한구석을 들여다본 듯해 마음이 불편해졌다.
우리 농촌을 한번 둘러보자. 농업인들은 가을걷이가 끝나면 기본적으로 논밭을 깨끗하게 정리한다. 썩지 않는 폐비닐이나 농약병 등은 수거하고 수확 후 남은 것들은 땅이 건강해지도록 퇴비를 만들어 되돌려 준다. 뿐만 아니라, 녹비작물을 심어 겨우내 땅의 힘을 높이기 위해 쉼 없이 움직인다. 농부는 우리의 먹을거리 생산기반인 흙을 제 몸처럼 아끼며 돌보는‘농심(農心)은 천심이다’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제 도시농부들도 농업인들의 진정한 농심을 본받고 배워야 한다. 즉, 식물을 가꾸면서 자연의 순환을 이해하고 흙에 감사한 마음도 기르며 주위 자연이 지속적으로 좋은 환경이 되도록 농업인들이 가진 농심을 이해하고 키워나가야 한다.
농심은 그리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닌, 흙을 이해하고 땅을 보듬어줄 수 있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된다. 수확이 다 끝났다고 농사가 다 끝난 것이 아니라, 한 해 동안 수고해준 흙이 겨울 동안 건강하게 쉴 수 있도록 각종 폐비닐 등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 땅에 계속 농사지으며 살아야 하며 이 흙은 자손대대로 가꾸고 지켜가야 할 인간의 생명기반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앞으로 도시농업이 점차 활성화되면 도시농부의 수도 점차 늘어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도시농부들의 건강한 농심도 함께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고관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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