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스님은 최근 문제가 된 원전 비리 사건을 예로 들며 대한민국 사회의 도덕 불감증을 꼬집는다. 원전비리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정신문화가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파한다.
이어 정조대왕의 효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조의 효 정신이야 말로 정신문화가 피폐해진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시대정신이라는 것이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사회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느끼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정호 스님의 말씀은 불자가 아니더라도 공감된다.
정호 스님은 이어 현대사회의 정신문화 피폐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정조의 효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침 정조대왕의 효 정신을 계승할 위대한 유산이 우리에게 있다.
정조대왕의 효의 정신이 서려 있는 수원 화성, 용주사, 융ㆍ건릉, 만년제 등이 그것이다. 이곳에 효테마문화공원을 조성해 우리 후대에 효 정신을 계승하고 현대 문명의 총체적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이 2006년 용주사 주지로 부임한 정호 스님의 변치않은 신념이다.
효테마문화공원에서 자라나는 우리 후대에 효 교육을 통해 효 정신을 계승하고 수원 화성과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으로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우리나라의 효 정신을 알린다. 대한민국 위상이 높아진다. 현대 사회의 도덕 불감증이 치유된다.
정호 스님이 꿈꾸는 이상적인 효 테마공원 조성안이다.
그러나 효테마공원 조성의 걸림돌이 있다. 태안3지구 택지개발 사업이 그것이다. 태안3지구는 융건릉, 용주사, 만년제 등 정조대왕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문화 유적 사이에 계획됐다.
문화재로 둘러싸인 곳에 계획된 대규모 택지개발은 누가 봐도 무리한 사업으로 보였지만 주택공급이라는 개발논리가 힘을 받던 시절, 사업의 정당성을 찾았다.
정조대왕 초장지 등 유적이 추가로 발견되고도 이미 토지보상까지 끝난 대형 개발사업은 어떻게 해서든 땅을 파헤쳐야 끝날 기세다.
지역사회는 아직까지 개발논리와 보존논리가 팽팽히 맞서 있다. 태안3지구 원주민들은 빨리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시민단체, 불교계 등은 지구 개발을 포기하고 효테마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태안3지구는 1998년 택지개발예정 지구지정 이후 15년 동안 표류중이다. 어떻게든 결정해야 할 시점이 지나도 한참 지났다.
태안3지구는 대형 택지개발사업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시점은 정책결정권자의 결단이 시급하다.
유럽 다수의 국가 등은 그들 조상이 남긴 문화재로 후손들이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화 강국으로 불린다.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작업을 벌이며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자신의 문화유산 가치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왜 문화유산을 그토록 중요시하는지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 민족의 10년을 내다봤을 때 주택공급 사업도 필요하다. 그러나 왜 문화재 밀집지역에 해야 하는가 곰곰이 따져 봐야 한다. 지구지정 취소시 당장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100년, 천년을 내다봤을 때는 문화재를 보존하는 것이 맞다. 문화재는 훼손하면 영영 복원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문화 강국이 될 수 없다.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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