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민정원사 인증제도의 발전방안

정원가꾸기가 생활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작게는 개인주택정원을 넓게는 아파트단지의 공공정원(아파트조경이라고도 한다)에까지 널리 정원을 가꾸는데 시민들의 참여와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정원분야에서 아마추어와 프로패셔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고 소비자와 공급자의 역할과 균형도 변화하고 있다.

정원이 부의 상징이었던 시대는 지나갔다. 정원은 무릇 계층과 세대를 넘어 소통의 장소로 변신하고 있다. 정원과 정원문화는 시민들이 꿈을 디자인할 수 있는 터전이고 바탕이다. 관조와 감상의 자연과 경관이 시민들의 정성과 감성을 모아내는 새로운 삶의 도구로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의 반영이고 결과이다.

2013년은 우리나라 정원문화의 원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원관련 잡지 3개가 창간되었고,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방문객 400만명을 초과 달성해 국민들의 정원에 대한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제 시민들은 관심 수준을 넘어 정원을 진지하게 학습하고 있다. 여기에는 경기도와 경기농림진흥재단의 역할이 한몫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경기도와 경기농림진흥재단은 2006년부터 경기도관내 대학교와 연계해 조경가든대학을 운영하여 시민들의 정원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해왔다.

조경가든대학 수료이후, 교육생들은 지역을 중심으로 모임을 만들고, 정원가꾸기를 통한 자발적 봉사활동을 지속하여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기도는 조경가든대학의 비전과 목표를 더욱 명확하게 정립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수준높은 봉사활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경기도지사가 인증하는 시민정원사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시민정원사 인증제도는 미국의 마스터가드너, 영국왕립원예협회 가드닝 과정, 일본의 그리세이버 및 공원관리운영사 제도를 참고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구축한 제도이다.

‘시민정원사’는 식물과 정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실무적인 능력을 갖추고 정원문화 확산에 참여하여, 지역사회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시민으로 경기도 녹지보전조례 제21조의2에 규정되어 있다. 시민정원사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조경관리 분야의 교육내용을 바탕으로 56시간의 이론실습과 120시간의 봉사인턴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미 인증이후 활동을 염두해두고 애니가든(Anygarden)이라는 이름으로 창업을 하기도 했고, 일부 교육생들은 ‘시민정원사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자발적인 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순수한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시민정원사 인증제도가 인생이모작을 준비하는 창업과 생활형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민정원사는 보랏빛 청사진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증받은 시민정원사들이 자원봉사 할 수 있는 장소와 일거리를 마련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또한 보다 많은 생활형 일자리와 연계될 수 있도록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기도와 31개 시군은 시민정원사가 활동할 수 있는 충분한 장소와 일거리를 갖고 있다. 생활공간 주변에 조성된 크고 작은 공원, 쌈지공원, 학교숲, 사회복지시설, 옥상녹화 등의 그린인프라(Green-infra)가 바로 그것이다. 경기도의 그린인프라는 시민정원사들의 봉사활동을 통해 건강하고 아름답게 유지관리 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100명 남짓한 시민정원사의 인증은 경기도민의 요구와 바람을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시민정원사는 단순한 기술교육을 넘어서 시니어와 주부에게는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평생교육의 통로이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시민정원사를 통해 건강한 노후와 봉사로 행복해지길 기대한다.

김인호 신구대학교식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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