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커피전문점과 백화점

저작권법에서는 음악을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공연’이라 부른다.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연주가 녹음된 음반을 재생하여 들려주는 것도 ‘공연’에 속한다. 저작권법은 이러한 공연을 저작권자의 권리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의 허락이 없으면 음반을 재생해 여러 사람에게 들려주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저작권법은 또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위해서 숨 쉴 공간을 열어 두었다.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판매용 음반 또는 판매용 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저작권법 제29조 제2항) 대통령령에서는 유흥주점, 경마장, 무도장, 항공기, 호텔, 대형마트, 백화점 등을 음반을 공연할 때 저작권 사용료를 내야하는 곳으로 적시하고 있다.

‘판매용 음반’ 백화점 저작권료 내야

따라서 커피전문점과 같은 소규모 매장에서 ‘판매용 음반’을 틀어주는 경우라면 커피값에 음반 재생에 대한 비용을 받는 것은 아니므로 위 규정의 적용을 받아 저작권 사용료를 내지 않고도 가능하다. 문제는 한 외국계 커피전문점 매장에서 재생하는 음반이 ‘판매용’이냐에서 시작됐다.

해당 커피전문점에서 매장용으로만 특별히 제작해 시중에 별도로 살 수 없는 음반을 재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법원은 저작권 사용료를 청구한 저작권자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음반 홍보 효과를 고려한 규정의 취지상 ‘판매용 음반’은 시중에 판매할 목적으로 제작된 음반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하지 않는 음반을 재생한다면 소규모 매장이라도 저작권 사용료를 내야 한다.

장소를 백화점으로 옮겨 보자. 백화점은 위 규정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판매용 음반’인지에 관계없이 작곡가·작사가에게 저작권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 가수 등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도 저작인접권 사용료를 주어야 하는지가 논란이다. 실연자에 대한 규정은 이렇다.

“실연이 녹음된 판매용 음반을 사용하여 공연을 하는 자는 상당한 보상금을 해당 실연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저작권법 제76조의2 제1항) 저작권자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제한하여 사용료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되었던 ‘판매용 음반’ 해당 여부가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 오면 저작인접권료를 내야 하는 권리행사의 조건이 된다.

그런데 최근 많은 백화점에서는 적합한 음악을 선택해 스트리밍 방식으로 공급해주는 매장음악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올해 초에 나왔던 1심 판결에서는 앞의 커피전문점 사건에서처럼 ‘판매용 음반’을 시판용 음반으로 보고 스트리밍 방식은 ‘판매용 음반’이 아니라고 판결내렸다.

백화점에서 스트리밍 방식을 통해 음악을 공연하면 저작권 사용료는 내야 하지만 저작인접권 사용료는 내지 않아도 되는 이상한 결론이 도출돼 음악시장 관계자들에게 큰 혼동을 주었다.

커피전문점에서는 적용 안받아

지난달 나온 2심 판결에서는 디지털 음원도 음반으로 보고 제76조의2에서의 ‘판매용 음반’은 시판용 음반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백화점의 경우에 저작인접권 사용료도 내야 한다는 결론이다. 관련된 국제조약이나 입법경위에 비추어 보면 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같은 법 안에서 사용된 ‘판매용 음반’에 대해서 조문마다 다른 해석이 내려진 것이므로 입법적으로 명확히 구별하여 이런 혼란을 피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아울러 저작권자나 저작인접권자의 정당한 이익이 보장되면서 더 많은 음악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용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의 사용료가 책정되도록 이해당사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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