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규모는 명목GDP 대비 약 76%로, 세계경제포럼이 제시한 채무부담 임계치 75%를 넘어서면서 빚 관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중산층 이상은 빚에 의지해 주택을 구입했지만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부채 부담이 확대됐다.
한편 자영업자의 경우 사업자금 마련을, 저소득층의 경우 생계비 마련을 위해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소득은 더디게 증가했다. 결국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2004년 103%에서 2012년 136%로 상승해 국민의 부채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가계부채 부담은 양극화 되고 있다.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부채가 있는 저소득층의 월 원리금상환액이 73만9천원에 달하는 반면 월 가처분소득이 72만8천원에 불과해 채무상환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을 채무상환비율이라고 한다.
국제 금융기관들은 통상적으로 채무상환비율이 40%를 넘는 채무자를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저소득층의 채무상환비율은 101.4%로 가처분소득의 대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부채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종사상지위별로 보면, 임금근로자에 비해 자영업자의 가계부채 수준이 더 크고 그 증가 속도도 더 빠르다. 베이비부머세대가 은퇴하고, 철저한 준비없이 자영업을 창업하면서 치킨집, 식당, 빵집 등 생활밀접형 층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첫째, 가계부채는 경제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가계부채 수준이 증가하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인지하기 때문에 현재의 소비를 줄이게 된다. 줄어든 소비는 내수경기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회복이 지연되는 것이다. 둘째, 부동산 경기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가계부채 수준이 높으면 부동산 추가 매수 여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매수세가 약할 경우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도 제한이 되고, 나아가 건설경기 위축으로 이어지고 마는 것이다. 셋째,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저소득층 중심의 부담이 확대돼 사회 양극화 문제로도 발전할 수 있다. 특히, 채무불이행자를 양산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가계부채 부담으로 인해 저소득층이 중산층으로 상승하는 통로가 좁아지게 되는 것이다.
가계부채 축소를 위한 계층별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는 수익성이 낮은 자산을 처분해서라도 가계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거치식·원리금일시상환’에서 ‘비거치식·원리금분할상환’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가계수지 개선을 위해 수입·지출흐름을 재조정해야 하겠다. 한편, 직업이 없는 저소득층을 위해 공공근로사업 확대 등으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즉, 저소득층이 근로소득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견실한 자영업자만을 육성해야 한다. 은퇴한 베이비부머세대로 하여금 ‘은퇴 후 창업’이라는 공식을 깨고, ‘은퇴 후 재취업’이라는 공식이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또한 창업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상품이 견실한 자영업자만을 대상으로 조성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창업대출의 문이 너무도 활짝 열려 있어, 충분한 준비가 없는 창업자들이 폐업의 길로 안내되고 있다. 창업대출의 문을 좁히고, 그 문을 뚫고 들어오는 준비된 창업자들에게만 선별적인 대출이 이뤄지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겠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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