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복조리 명인 임건영씨
새해에 집안 곳곳에 걸어 만복을 기원하는 복조리를 엮어 전통을 지키고 복을 전해주는 명인(장인)이 있다.
하남공예명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복조리 명인 임건영씨(67·하남시 덕풍2동)가 그 주인공.
54년째 대나무로 복을 엮는 임씨의 인생 역시 복조리와 닮은꼴.
임씨는 지난 1960년 대나무가 무성한 충남 당진의 한 조그만 마을에 떠돌이 노인이 찾아들었다. 무명의 이 노인은 10살을 갓 넘긴 어린 임씨에게 복조리 만드는 법을 전수한 후 홀연 세상을 떠났다. 이후 임씨는 복조리 만드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일평생을 쏟아부었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인생 시나리오를 마치 어제 일처럼 회상하는 임씨는 복조리 만드는 일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털어놨다.
임씨는 고향의 대밭에서 햇대를 베어다가 껍질을 벗기고, 마디를 칼로 다듬고, 가르고, 속을 매끈하게 도려내고 말려서 묶어뒀다가 작업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준비된 재료를 사용해 복조리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남짓. 명인의 손끝에서 5분 만에 떡 하니 모양새를 갖추는 복조리를 볼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그저 신기할 따름으로 감탄사를 연발한다고.
그는 복조리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태극기와 대한민국 전도, 국화, 지게, 아기 흔들 침대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오고 있다.
앞으로 독도를 작품으로 만들어 세상과 공유할 계획이다.
그가 복조리 명인으로 주목받기가 시작한 것은 5년 남짓.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복조리를 만들어 왔지만 혼자 작업하다보니 명인이나 명장이 되는 길도 방법도 알 수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생활의 달인’과 ‘스타킹’ 등의 TV 프로그램에 나가게 돼 유명세를 탔고, 여러 국전과 대전에 참가하면서 그의 진가가 주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임씨는 지난 2012년 대한민국전통미술대전에 참가해 한국예총회장상을 거머줬는가 하면 2010년과 2012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도 두 차례 모두 입선했다.
현재 그는 작품 활동 외에도 수강생을 모집해 기술을 전수하고, 하남공예명인협회 구성원으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임씨는 “세태와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설 풍속도 크게 달라졌지만, 예나 지금이나 만복을 기원하는 서민들의 심정에 변함이 없다”며 “요즘들어 새해 첫날에 복조리를 걸어 두는 풍습은 여간해서 찾아보기 힘들어 아쉬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하남=강영호기자 yhk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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