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한류와 저작권

현재 방콕은 여러 보도를 통해서 알려진 것처럼 정치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2월2일 예정된 총선을 연기하려는 반정부 시위대가 시내 주요 지점을 통제하는 이른바 ‘shut-down’ 시위를 벌이고 있고,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비상상태를 선포하고 대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관련한 흥미로운 기사가 현지 신문에 보도됐는데 다름 아니라 ‘소녀시대’의 콘서트가 성황리에 마쳤다는 소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한류스타들의 팬미팅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한류의 정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정치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모여드는 팬들의 존재는 태국에서의 한류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저작권 강화, 선순환 구조 형성

한류의 확산이 가져다 주는 문화적, 경제적 효과는 매우 광범위하다. 경제적 효과만 보더라도 드라마, 음악 등 문화상품의 수출로부터 시작해 관광, 식음료, 화장품, 자동차, 가전제품까지 여러 산업에 걸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다. 한류가 우리나라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인지도를 높인다는 점 역시 지나칠 수 없다.

하지만, 한류의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효과인 문화상품의 수출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그 핵심적인 위치에 저작권이 놓인다. 드라마를 현지 TV에 방영되도록 계약한다거나, K-pop 음악을 온라인에서 다운로드나 스트리밍 방식으로 판매하고 공연하는 것 모두에 저작권 계약이 필요하다.

합법적인 라이선스를 받지 않고 서비스가 된다거나 불법적으로 제작된 DVD 등이 버젓이 유통된다면 한류의 선봉에 선 창작자들과 기획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될 것은 분명하다. 자칫 실질은 없고 허울만 있는 모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류가 확산되고 있는 나라들에서도 저작권 보호에 관한 제도가 잘 정비되고 실제로도 확실하게 집행이 되어서 불법유통시장이 줄어들고 합법적인 유통을 확대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권리자들에게도 차별없는 예측가능하고 신뢰할만한 저작권 제도가 정착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시장을 통해 정당한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저작권위원회를 통해 중국,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에 설치한 해외저작권센터가 국내 저작자들과 체계적으로 협력해 활발히 활동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현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당장 강력한 저작권 보호만을 기대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저작권 보호가 강화되는 데에는 단계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처음부터 강력한 저작권 보호체계를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문화상품에 대한 구매력이 생기고, 이와 더불어 창작이 활발해지고 수준있는 콘텐츠를 만들게 되면서 보다 강한 저작권 보호체계를 갖추게 되었고, 나아가 저작권 체계의 강화가 문화산업의 밑바탕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우리의 경험을 한류가 확산되고 있는 개발도상국과 함께 나누는 협력이 필요하다.

한류 확산되는 개도국과 협력 필요

무리한 저작권 주장은 자칫 성장하는 한류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한류를 경제적 시각에서만 보지 말고 문화교류의 측면에서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협력을 모색해 나갈 때 한류의 생명력도 더 강해질 것이다.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방콕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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