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부모는 가장 훌륭한 교육자

안중근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내용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는 것이 이 어미에 대한 효도인 줄을 알아라. 살려고 몸부림치는 인상을 남기지 말고 의연하게 목숨을 버리거라. (중략)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망치 아니하노니…, 내세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안중근의사의 용감한 삶의 이면에는 아들만큼이나 용감하고 나라사랑이 지극했던 어머니가 있었던 것이다.

최근 한 지상파 방송의 ‘부모 vs 학부모’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주체가 학부모라는 자각의 기회를 제공했다. 학교에서 교사의 교육도 자연법상으로는 학부모의 신탁에 의한 것이라고 보면 학부모는 자녀교육에 대해 일차적인 책임과 권리를 가지게 됨을 깊게 인식해야 한다. 학부모는 가장 훌륭한 교육자가 되어야 하며, 학부모의 자성이 없으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없다.

먼저, 학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자녀교육은 아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가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공부란 힘들고 괴롭지만 참고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고진감래(苦盡甘來)형 자녀교육으로 공부를 즐기는 자기 주도적 학습력을 길러주지 못하고 강제로 시키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운동장이 놀이터이듯이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도서관도 놀이터가 될 수 있다. 운동이 신체적 유희라면 독서는 정신적 유희인 것이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잘 하는 아이를 부러워하거나 우리 아이가 그 아이처럼 되길 바라기 전에, 학부모가 그 아이의 부모를 닮으려고 노력하여 자기 주도적 학습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다음은, 가정의 교육력을 회복해야 한다. 가정은 최초의 학교이고, 부모는 최고의 교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선진 외국에 비해 학교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가정교육이 약화되어 있다. 지금부터라도 부모들이 가정에서 바른 인성, 상호존중, 책임과 의무 등의 밥상머리 가정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학교교육·가정교육·사회교육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지덕체(智德體)를 겸비한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홀로서기 교육이 필요하다. 자녀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자녀를 진정 사랑하는 길은 스스로 두발로 서도록 돕는 것이지, 품안에 꼭 끌어안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생아로 태어난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신체적 이유기, 심리적 이유기, 그리고 사회적 이유기를 거치게 마련이다. 이러한 일련의 이유기 즉 현재의 상태와 이별하지 않고는 정상적인 삶을 이루어 갈 수 없으며 더 나은 생을 준비할 수도 없다. 따라서 자녀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 정도에 따라 적절한 이별의 과정을 통하여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교육적 열정을 가진 민족이다. 부모들은 희생을 감수하면서 교육을 통해 자녀들의 사회적 계층 상승 이동을 추구한다. 그러나 자녀교육은 열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시대의 변화를 읽고 자녀를 올바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지혜가 곁들어져야 한다. 열정이 지나쳐 극성이 되면 지혜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자식에 대한 열정을 무분별하게 쏟아내기보다는 오히려 깊은 사랑으로 이를 억제하며, 자녀 스스로 자신을 계발해 가도록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지혜로운 부모의 모습이다. 청소년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녀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교육자도 좋은 학부모를 능가할 수는 없다.

 

/정종민 성남교육지원청 교수 학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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