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세금 대도(大盜)를 잡아라

과거 ‘현대판 홍길동’으로 불린 조세형이라는 대도(大盜)가 영웅시 된 적이 있다.

고위층의 집을 돌며 절도 행각을 벌인 조세형은 대낮 탈주에 성공했는가 하면 16년 옥살이 끝에 출소 후 목사로 변신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다 구속돼 3년 6개월의 형을 살았고 지난해 4월에도 서울 서초구 한 주택에서 귀금속을 훔치다 붙잡히는 등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대개 세간의 화제가 된 큰 도둑의 결말은 형무소에 골인(?)하거나 불행한 삶으로 인생의 종착점을 맞게 된다.

하지만 이들 큰 도둑을 ‘새 발의 피’로 만들 정도로 규모가 거대한 실질적 대도(大盜)들이 있다.

느슨한 법망과 허술한 관리를 악용, 천문학적인 탈세를 일삼는 유류 업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유류업자들이 거액을 탈세하는 행태는 대략 이렇다. 주로 군소업체를 운영하면서 3~6개월 집중적으로 유류를 수입해 판매한 뒤 폐업하고 사라지는 수법으로 지방세인 주행세와 국세인 부가가치세까지 탈세를 하고 있다.

등록과 폐업을 되풀이하는 업체들이 매년 15~20개에 달하면서 평택항 한 곳에서만 지난 2002년 이후 주행세 탈세액이 654억원에 이르고 국세인 부가가치세 탈세액은 무려 수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이같이 거액의 세금 도둑질이 버젓이 이뤄지는 데는 관련법의 허점이 한 몫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현재 주행세는 판매 후 지자체에 낼 수 있는 기간이 무려 60일에 달해 악덕 유류업자들에게 도망갈 시간을 주고 있고, 부가가치세도 개인사업자와 법인은 각각 6개월과 3개월에 한 번 내도록 하는 등 곳곳에서 맹점을 보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불법을 저질러 처벌을 받은 업자들은 2년만 훌쩍 지나면 또다시 유류 수입업 재개가 가능해 ‘다람쥐 쳇바퀴’같은 탈세범죄를 부추기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실정에 십수년에 걸쳐 교묘하게 이뤄진 탈세업자들의 악행을 절대적으로 막기 위해선 관련법 기준 강화는 물론 중앙정부, 국세청, 사법기관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불법 탈세 업체들이 석유수입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일정금액을 보증금 형식으로 국가에 내고 폐업 때 돌려받는 등의 석유수입업체의 등록기준 강화가 필요시 된다.

또 관세는 미납부 때 항만을 통과 할 수 없어 영세업체도 무조건 내는 점을 착안, 관세청의 협조를 통해 주행세에 대해선 관세와 함께 받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그동안 울산광역시가 지역 항구 곳곳에서 이뤄지는 주행세를 취합, 분배한 것을 안전행정부가 직접 나서 통합관리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수천억을 넘어 얼마인지도 가늠이 안 되는 부가가치세 탈세 방지 차원에서는 그동안 법인 3개월, 개인 6개월마다 받도록 한 것을 매달 이뤄지게 하고, 이를 위해 산자부, 관세청 등 각 기능별 업무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검찰과 경찰 등 사법기관은 해당 유류업자들이 보여온 ‘눈뜨고 코베어’가는 방식의 탈세는 명백한 범죄행위인 만큼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일벌백계(一罰百戒) 처벌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대책과 관리체계의 중심에 서 있는 중앙정부는 그동안 구멍 뚫린 유류업체 탈세 대처에서 보여준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불법 탈세에 대한 절대적이고 강력한 근절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탈세 행각이 워낙 오래되고 광범위해 문제성을 인지했음에도 어떠한 해결책도 내지 못하는 정부당국이 적극 나서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수천억에 달하는 세금을 도둑들로부터 지켜낼 수 있지 않겠는가.

/이용성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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